동의대 선수들이 8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전국대학야구 여름철리그 결승에서 성균관대를 2-1로 꺾고 우승한 뒤 마운드 주변에 무릎을 꿇고 눈을 감은 채 고 조성옥 감독의 명복을 빌고 있다. 연합뉴스
동의대 대학야구 여름리그 우승
간암 타계 감독에게 마지막 선물
“승패보다 선수들 몸 걱정하신 분”
간암 타계 감독에게 마지막 선물
“승패보다 선수들 몸 걱정하신 분”
성균관대 마지막 타자가 3루 땅볼로 아웃됐다. 우승이었다. 그러나 동의대 선수들은 웃을 수 없었다. 이상번(39) 코치는 선수들을 이끌고 조용히 마운드로 걸어갔다. 그는 마운드에 둘러 선 선수들에게 나지막히 말했다. “감독님 계신다고 생각하고 헹가래를 치자. 감독님이 들을 수 있도록 크게 외쳐라.”
선수들은 허공을 향해 세 차례 헹가래를 쳤다. 그 때마다 외쳤다. “우리의 영원한 조성옥 감독님!”,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편안히 쉬십시오!”
선수들은 이어 마운드에 둘러앉아 무릎을 꿇었다. 그 앞에 모자를 놓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땀과 눈물이 뒤범벅됐다. 엉엉 우는 선수도 있었다. 3루 관중석 동의대 응원단은 “울지마”, “울지마” 하고 외쳤다. 성균관대 선수들도 1루 쪽 더그아웃 앞에 일렬로 서서 묵념에 동참했다. 전광판에는 어느새 ‘고 조성옥 감독님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졌다.
8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전국대학야구 여름철리그 동의대와 성균관대의 결승전. 이날 경기는 지난 4일 간암으로 마흔여덟 짧은 삶을 마감한 고 조성옥 동의대 감독을 추모하는 자리였다. 동의대 선수들은 유니폼 어깨에 검은 리본을 달았고, 모자에는 조 감독의 등번호 ‘81’을 새겨 넣었다. 동의대는 팽팽한 투수전 끝에 2-1로 승리하고 조 감독 영전에 우승기를 바쳤다.
부산고와 동아대를 나온 조 감독은 1982년 서울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우승과 1984년과 1992년 프로야구 롯데 우승의 주역이었다. 부산고 감독 시절에는 메이저리거 추신수(클리블랜드)와 백차승(샌디에이고)을 길러냈다. 2007년 4월 약체 동의대에 부임한 뒤에는 열정으로 선수들을 지도하며 지난해 9월 종합야구선수권대회와 올 4월 대학야구 봄철리그를 잇따라 제패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우승과 함께 감독상을 받았지만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조 감독과 20년 동안 동고동락해 온 이상번 코치는 “감독님은 겉으론 강하고 독해 보였어도 속 깊고 여린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동의대 에이스 윤지웅(21·3학년)도 “감독님은 팀 성적보다 선수들 몸을 먼저 생각하신 분이었다. 앞으로도 감독님 이름이 빛나도록 노력하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선수들은 이번 대회 도중 조 감독의 타계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조 감독이 자신의 병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조문을 다녀온 뒤 “우승기를 들고 다시 찾아뵙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켰다. 이 코치는 “선수들은 감독님이 조금 편찮으셔서 쉬고 계신 줄로만 알고 있었다. 돌아가신 뒤에도 아직 감독님 장지가 어딘지도 모른다”고 했다.
선수들은 9일 오전 경남 양산시의 한 납골공원에 모셔진 조 감독을 찾아갈 예정이다. 이 코치는 “말수가 적은 감독님이 우리를 보면 ‘수고했다’고 한마디 하실 것 같다”며 참고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조성옥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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