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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아빠들의 야구, 아자!

등록 2009-08-04 18:34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

1. 두 돌이 넘은 딸은 이제 어수룩한 말투로 “아빠, 안타 2개”라고 한다. 아빠가 다가가면 쪼르르 달려와 푹 안길 줄도 안다. 아빠는 바로 ‘넘어간다’. 아이를 두고 집을 나서면 그렇게 허전할 수가 없다. 1990년대 중반 프로야구가 최고 인기를 달릴 때, 그는 소녀팬들을 야구장으로 불러모았다. 잠실야구장으로 배달되는 팬레터와 선물은 매일같이 부대 자루에 담아 갈 정도로 그득했다. 타석에 서면 수많은 오빠부대들의 환호성에 야구장은 떠나갈 듯했다. 하지만 김재현(SK)은 수천여 명이 “오빠”를 외칠 때보다 지금이 행복하다. 함께하는 시간은 짧지만 예빈이가 “아빠” 하고 부르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

2. 결혼 전 그는 경찰청이나 상무 입단을 원했다. 하지만 1군 등판이 적어 다른 이름있는 선수들에게 밀렸다. 군 입대를 잠시 미뤘다. 1군 등판이 점차 많아졌고, 사이드암 불펜 투수로 이름도 점차 알려졌다. 외면당했던 경찰청과 상무 입단 기회도 자연스레 찾아왔다. 하지만 그는 포기했다. 공익근무로 2년 동안 야구 글러브를 놓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그의 결단은 단호했다. 그가 야구를 잠시 접은 이유는 단 하나다. 첫아이가 세상에 처음 얼굴을 내밀 때 함께 있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힘들어 할 아내의 손을 잡아주고도 싶었다. 이영욱(SK)은 지난 6월 말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아이를 얻었다.

3. 그의 눈은 벌겋다. 전날 밤까지만 해도 그는 야구장 더그아웃에 앉아 있었다. 그래도, 시즌 중에 가족과 쉴 기회가 언제 있겠냐며 올스타전 휴식기를 맞아 태어난 지 갓 6개월을 넘은 윤서를 데리고 한 테마수영장에 갔다. 아기용 튜브도 장만했다. 하지만 윤서는 아빠의 마음을 몰랐다. 물에 들어가자마자 금방 울음을 터뜨렸다. 달래보려 애썼지만, 낯선 환경 탓인지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초보 아빠·엄마는 결국 30분 만에 짐을 쌌다. 휴게실 소파에 고단한 몸을 누인 채 윤서를 안고 있던 이재우(두산)는 말했다. “정말 피곤해도 왔는데, 윤서가 싫다네요. 다음에 또 와야죠.”

그라운드 위에서 그들은 모두가 동경하는 스타다. 하지만, 그라운드 밖에서 ‘야구선수’라는 껍데기를 벗어던지면 그들은 소박한 꿈을 꾸는 보통의 아버지가 된다. 내 아이의 슈퍼스타, 그들이 진정 바라는 소망일 것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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