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 꺾고 삼성에 반경기차 4위
0-1로 뒤진 롯데의 3회말 공격. 1사 1·2루에서 이대호가 히어로즈 선발 이현승의 초구를 강타했다. 공은 왼쪽 담장 너머 까마득히 날아가는 125m짜리 역전 3점 홈런. 사직구장 만원관중은 난리가 났다.
벼랑 끝에 선 히어로즈도 5회초 황금 기회를 잡았다. 1사 1루에서 김일경이 우전안타를 쳤다. 그러나 공을 잡은 롯데 우익수 카림 가르시아는 3루로 던질 듯하다가 1루로 던졌고, 1루 베이스를 지나친 김일경이 태그아웃되고 말았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이대호의 홈런보다 더 값진 수비였다”고 칭찬했다. 히어로즈는 1사 1·3루가 될 상황이 순식간에 2사 1루로 바뀌었다. 김일경은 곧바로 교체돼 짐보따리를 쌌다. 다음 타자가 최근 펄펄 날고 있는 이택근이었기에 김시진 감독의 한숨은 더욱 깊었다.
1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히어로즈의 ‘4위 전쟁’. 4위 롯데는 이대호-가르시아 ‘듀오’의 공수 활약으로 5-1 승리를 거두고 5위 삼성과의 승차를 0.5경기로 벌렸다. 반면 6위 히어로즈는 4위 롯데와의 승차가 3.5경기로 벌어져 사실상 자력 4강 진출이 물 건너갔다.
두 팀은 나란히 12승 좌완투수 장원준(롯데)과 이현승(히어로즈)을 선발로 내세웠지만 둘 다 좋지 않았다. 장원준은 5⅓이닝 동안 5안타와 7볼넷을 내주고도 1실점으로 막아 최근 4연승, 사직구장 8연승을 달렸다. 이현승은 최근 4연패에 빠졌다.
최하위 한화는 선발 전원안타 등 17안타를 터뜨리며 두산을 10-2로 꺾었다. 두산은 잠실 한화전에서 매 이닝 투수를 교체하며 9명이 1이닝씩 던지는 희한한 장면을 연출했다. 한화 선발 류현진은 시즌 6번째 전 구단 상대 승리투수가 됐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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