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 지난 4월16일. 여의도 63시티에서는 2008~2009 프로배구 V리그 시상식이 열렸다. 관심은 남녀 최우수선수(MVP)에 쏠렸다. 수상이 유력시된 선수는 소속팀의 챔프전 우승을 이끈 안젤코(삼성화재)와 김연경(흥국생명)이었다. 그러나 준우승팀의 박철우(현대캐피탈)와 베타니아 데라크루즈(GS칼텍스)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프로배구연맹은 정규리그가 끝난 직후 곧바로 출입기자 등을 상대로 투표를 진행했다. 플레이오프나 챔프전이 열리기 전에 투표가 이뤄져 정규리그 외의 성적은 반영될 수 없었다. 정규리그만 놓고 보면, 팀을 1위로 올려놓은 박철우와 데라크루즈의 수상이 당연했다. 프로농구도 프로배구와 비슷한 절차를 밟는다. 프로야구는 어떠한가. 시즌 최우수선수와 신인상을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열리는 시상식에서 현장투표로 뽑는다. 정규리그가 아닌 포스트시즌 활약상이 투표에 더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단기전 인상이 더 강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6개월여 동안 팀 순위에 기여한 공로는 묻히게 된다. 또한 개인이 아무리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고 해도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규리그 성적이 엇비슷하면 한국시리즈 우승 여부에 따라 최우수선수도 달라지게 된다. 한국야구위원회의 표창규정 제6조에는 ‘최우수선수란 선수권대회에서 기능·정신 양면이 가장 우수하고 품행이 방정하여 타의 모범이 되는 선수를 말한다’고 되어 있다. 한국야구위원회 관계자는 “선수권대회란,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을 다 합쳐 부르는 것”이며 “때문에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투표를 하는 게 맞다”는 해석을 내렸다. 하지만 전체 8개 구단 중 4개 구단만 참가하는 포스트시즌을 ‘선수권대회’에 포함하는 게 과연 합당한 것일까. 참고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매년 최우수선수 투표권을 가진 이들에게 투표를 독려하면서 보내는 편지에는 이런 문구가 삽입돼 있다. ‘오직 정규리그(레귤러 시즌) 성적만이 고려의 대상이 됩니다.’ 한국야구위원회는 ‘포스트시즌’이란 말에 ‘포스트’(다음, 이후)가 붙은 이유를 과연 모르고 있는 것인가. 김양희 기자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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