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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삼성맨 양준혁 ‘당당한 퇴진’

등록 2010-07-27 21:03

김동훈 기자의 직선타구
김동훈 기자의 직선타구
김동훈 기자의 직선타구 /

사람들은 그를 ‘괴물’이라고 불렀다. 두 팔을 출렁이며 방망이를 휘두르는 ‘만세타법’은 동네 꼬마들까지 따라 했다. 양준혁은 1993년 4월10일 첫 경기에 나섰다. 데뷔전부터 심상치 않았다. 상대 쌍방울 선발투수 임창식한테 첫 안타를 뽑는 등 5타수 5안타. 그해 타율 0.341로 수위타자에 오르며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우승팀 해태의 슈퍼루키 이종범도 제쳤다.

오랜 세월이 흘렀다. 양준혁이 신인일 때 태어난 내 조카는 지금 고2가 됐다. 그동안 양준혁은 한국 프로야구 타격부문 역사를 죄다 바꿔놓았다. 통산 최다출장을 비롯해 안타, 홈런, 타점 등 그가 가지고 있는 최고기록이 무려 9개다. 역대 최다인 수위타자 네 번에 16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쳤다. 주위에선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은 칠 것”이라고 했다. 팬들은 그를 ‘양신’(梁神)이라 불렀다.

2007년 6월9일 양준혁은 잠실 두산전에서 9회초 이승학을 상대로 좌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쳤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2000안타를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1루로 달리면서 과거 어려웠던 순간이 생각났고, 1루를 밟는 순간 정말 기뻤다”고 했다. 사실 그의 야구인생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대구 토박이인 그는 삼성 유니폼을 입고 싶어했다. 양일환 전 삼성 코치가 그의 사촌형이다. 1991년 신인 드래프트 때 좌완투수 김태한한테 밀리는 바람에 삼성 입단이 좌절됐다. 2차 지명된 쌍방울 입단을 거부한 채 상무에 입대했고, 이듬해 드래프트를 통해 기어이 삼성맨이 됐다. 1999년엔 삼성에서 해태로 트레이드를 거부한 채 잠적 소동을 빚었고, “유니폼을 벗을 각오로” 선수협의회 결성에 앞장서기도 했다. 해태와 엘지를 거쳐 3년 만에 삼성으로 돌아온 그는 “내 몸엔 파란 피가 흐른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리고 2002년 삼성이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차지했을 때 그는 누구보다도 많은 눈물을 쏟았다.

만약 그가 1년 빨리 프로에 입문했다면, 아니 고졸 신인으로 일찌감치 프로에 진출했다면 재일동포 장훈처럼 국내에서도 3000안타의 대기록을 기대할 만했다.

올 시즌 양준혁은 “후배들 앞길을 막는 것 같다”며 괴로워했다. 지명타자나 대타로 나서면서도 “(나 때문에 팀이) 엔트리 한 자리를 까먹고 있다”는 말로 미안함을 나타냈다. 그는 미련없이 은퇴를 선언했다. 한국 프로야구의 ‘살아 있는 전설’이 그의 응원 구호처럼 ‘위풍당당’하게 사라지고 있다.

김동훈 기자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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