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주·이성열, 한날 나란히 ‘20홈런’
0-2로 뒤진 두산의 2회말 공격. 프로 7년차 이성열(26)이 한화 선발 유원상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 너머 백스크린을 맞히는 대형 솔로 홈런을 날렸다. 이어 5-5 동점으로 맞선 7회말 베테랑 파워히터 김동주(34)가 한화 불펜 윤규진의 커브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호쾌한 결승 투런 홈런을 쏘아올렸다.
25일 잠실구장에서 터진 이성열과 김동주의 홈런포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나란히 시즌 20호 홈런으로, 두산으로선 8년 만에 한 시즌에 2명 이상이 20홈런을 기록한 것. 2002년 김동주가 26홈런, 외국인 타자 타이론 우즈가 25홈런으로 ‘쌍포’의 위력을 보여준 게 마지막이었다.
김동주는 7년 만에 거포의 상징인 20홈런을 넘기면서 개인적으로도 의미있는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는 5일 오른 종아리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8일 만인 13일 퇴원했고, 17일 삼성과의 경기부터 출전을 재개했다. 이날 홈런포는 김동주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됐음을 알리는 기분 좋은 한방이었다. 2002년 26홈런, 2003년 23홈런 이후 가장 많은 홈런포를 가동하면서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김동주는 “홈런 18개건, 19개건, 20개건 큰 의미는 없다”며 “다만 올해 득점 기회를 많이 못 살리는 것 같아 아쉬웠는데 20홈런으로 실망한 팬들에게 보답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홈런으로 감이 좋아진 것 같다”며 “부상으로 느슨해진 몸을 제대로 만들어서 남은 경기에서 팬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성열은 포수로는 보기 드문 우투좌타다. 2003년 순천 효천고를 졸업한 뒤 엘지에 2차 1지명 됐지만 엘지에선 그저 그런 선수였다. 2008년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뒤 외야수로 전향하고 거포의 위력을 보여주며 인생 역전에 성공했다. 2005년 홈런 9개를 빼면 해마다 홈런 1~2개에 그쳤지만, 두산에서 주전 외야수 자리를 꿰찬 뒤 올 시즌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거포 김동주와 ‘타격기계’ 김현수에 이어 이성열까지 가세한 두산 타선이 ‘웅담포’의 위용을 되찾으면서, 남은 경기에서의 순위 도약과 포스트시즌 활약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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