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기자의 직선타구
김동훈 기자의 직선타구 /
며칠 전 국외 출장을 다녀왔다.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리던 날 귀국길에 올랐다. 우리 일행은 8회초 1-1 동점이 되는 상황까지 인터넷 중계를 봤다. 그리고 탑승 수속을 밟느라 결과는 확인하지 못했다. 몹시나 궁금하던 차에 비행기 안에서 만난 여승무원이 “영원한 롯데팬”이라고 했다. “혹시 경기 결과를 아느냐”고 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연장에서 이대호가 3점 홈런을 쳐서 롯데가 4-1로 이겼다”고 알려줬다.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여성 방송작가 둘은 열성적인 두산 팬이다. 30대 후반인 이들은 틈만 나면 둘이 어울려 야구장을 찾는다. 3년 전 에스케이와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던 두산이 연패를 당하며 벼랑 끝에 몰렸을 때 이들 중 한명의 심각했던 얼굴이 기억난다.
2005년 여름 <한겨레> 인턴기자 가운데 한 여학생은 열렬한 엘지 팬이었다. 엘지는 2000년 플레이오프에서 두산과 맞붙어 2승1패로 앞서다가 내리 3연패를 당하며 한국시리즈 티켓을 두산에 내주고 말았다. 당시 엘지는 경기 막판 역전 홈런을 맞고 허무하게 역전패를 당했는데, 이 여학생은 “당시 수험생이었는데 입시 공부에 전념할 수 없을 정도로 몹시 충격이 컸다”고 털어놨다.
요즘 들어 주변에서 열성적인 야구팬을 자주 만난다. 특히 여성팬이 많아지면서 올해 관중은 프로야구 29시즌 사상 가장 많은 592만8626명을 기록했다. 기상 이변과 월드컵이라는 ‘악재’가 없었다면 꿈의 600만 관중 돌파도 가능했을 것이다. 지난해부터 고조된 야구 열기는 확실히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세계야구클래식 준우승 덕분이다. 국제대회 성적은 국내 리그 인기와 직결된다. 남자배구는 도하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을 딴 뒤 2년가량 큰 인기를 누렸다. 반면 남자농구는 중동세에도 밀려나자 국내 인기도 시들해졌다.
포스트시즌이 끝나면 11월 중국 광저우에서 아시아경기대회가 열린다. 야구는 4년 전 도하대회에서 대만에 2-4, 사회인팀으로 구성된 일본에 7-10으로 져 3위로 추락하며 대회 3연패에 실패했다. 이번 아시아경기대회 성적은 내년 프로야구 흥행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과연 어떤 성적을 남길지 궁금하다.
김동훈 기자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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