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야구·MLB

[36.5도 데이트] 결혼보다 급했던 건 ‘명예회복’

등록 2010-12-24 09:07수정 2010-12-24 09:09

조인성
조인성
데뷔 13년만에 첫 골든글러브 조인성
작년 8월 ‘사건’뒤 2군행
“한때 그만둘까 결심까지”
올해 타율 6위 등 급반전
“믿어준 감독님 고마워”

“골든글러브 포수 부문에 조인성!”

프로 데뷔 뒤 13년이 걸렸다. 수유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해 청소년대표, 국가대표를 거치며 엘리트 포수로서 이름깨나 날렸지만, 이 호명을 듣기까지 지난한 세월을 거쳐야 했다. 더욱이 2010년 야구인생의 낭떠러지에 몰렸던 그였기에 더욱 감격스러웠다. “팀 성적이 별로여서 사실 기대를 많이 안 했거든요. (박)경완이 형이 팀 우승에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 프리미엄까지 더해 더 유력할 걸로 봤어요. 막상 내 이름이 불리자 순간 멍해지더군요.”

22일 오후 잠실구장에서 엘지의 안방마님 조인성(35)을 만났다. 조인성은 지난해와 올 시즌을 거치며 가장 짜릿한 ‘생의 롤러코스터’를 탔다. 1년 전, 그는 바닥 모를 나락으로 한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해 8월 후배 심수창과 마운드에서 벌인 언쟁이 논란이 되면서 2군으로 내려간 뒤 시즌이 끝날 때까지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여기에 최근 수년 동안 바닥권을 헤어나지 못한 팀 성적에 대한 책임도 고스란히 포수인 그의 몫으로 남았다.

주변의 오해이고 편견이었지만, 무슨 말을 해도 변명으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창이와의 언쟁도 시합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과정이었어요. 그래서 수창이와 나중에 풀고 말고 할 것도 없는 거였죠. 마운드에서 자신 없는 플레이를 보이면 당연히 포수로서 문제를 지적할 수 있는 것이고, 나 역시 안이한 모습을 보일 땐 질책을 받아야 할 거고요. 하지만 주변에선 이를 성적과 연관지어 집요하게 비난을 하더군요.” 그는 이 일이 있고 난 뒤 20년 넘게 써온 포수마스크를 벗을 생각까지 했다. “지난해 사실 야구를 그만두려고 했습니다. 더 이상은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많이 지치고 두려웠죠. 주변 시선을 견디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나락까지 떨어진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은 것은 박종훈 감독이었다. 박 감독은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조인성을 불렀다. “뭐가 문제인지 다 털어놓으라”고 했다. 그리고 그동안의 사정을 전해 듣고 난 뒤 “내년 시즌 우리 팀의 운명은 너한테 달려 있다”며 한없는 신뢰를 보냈다. “올 시즌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시작했죠. 그만큼 절실했거든요. 저를 믿어주신 감독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싶었어요. 나에 대한 오해와 편견도 이겨내고 싶었고요.”

조인성 프로필
조인성 프로필


그리고 기막힌 반전을 이끌어냈다. 올 시즌 조인성은 타율 0.317(6위), 홈런 28개(3위), 타점 107개(3위), 도루저지율 0.323(2위)으로 프로 데뷔 이후 가장 화려한 성적표를 남겼다. “그라운드를 밟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니까 가슴 한쪽에 한이 맺히더라고요. 올 시즌 그 한을 풀어보자고 다짐하며 뛴 게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야구도 인생도 부침과 반전이 있기에 더 드라마틱한 법. 뜰 때가 있으면 질 때가 있고, 바닥을 쳐야 더 힘차게 솟아오른다는 것을 조인성은 온몸으로 보여줬다. “좀더 스스로를 희생하고, 투수에게 바칠 수 있는 모든 것을 바치는 모습을 보이면 팀 성적도 좋아지고 나에 대한 오해와 편견도 풀릴 거라고 생각해요.” 그에게 다음 시즌 목표를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열흘 뒤면 우리 나이로 서른일곱살. 야구인생의 반전은 이끌어 냈지만, 아직 연애의 반전은 이루지 못했다. “눈이 별로 높은 것도 아닌데, 애인이 안 생기네요. 정말 결혼을 하고 싶은데, 아직 짝을 못 만났습니다. 사실 해마다 시즌 막바지에 성적이 안 좋다 보니 사람 만나는 것도 멀리하게 되더군요. 이번에는 황금장갑도 꼈으니 좀 달라지겠죠.” 글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1.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2.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3.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4.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5.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