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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원투 펀치? 그는 홀로 다섯개의 펀치였다

등록 2011-03-31 19:31

최동원이 1984년 10월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이긴 뒤 기뻐하고 있다.   <일간스포츠> 제공
최동원이 1984년 10월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이긴 뒤 기뻐하고 있다. <일간스포츠> 제공
84년 한국시리즈 혼자 4승
선동열과 대결 1승1무1패
“후배들, 쉽게 그만두지 마라”
‘전설의 투수’ 최동원

“어깨, 허리는 쑤시고 아프고, 팔꿈치와 손목의 연골은 닳아서 뼈끼리 부딪히고, 말할 수 없는 고통에도 그냥 던졌습니다.”

1984년, 7전4선승제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모두 거뒀던 최동원(53·당시 롯데). 27년 전인 그해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 3, 5, 6, 7차전에 연거푸 등판해 거둔 4승1패의 초인적인 기록은 신화같은 이야기다.

1, 3, 5차전 선발로 각각 완봉승(4-0승·7피안타), 완투승(3-2승·6피안타), 8이닝 2실점(2-3패·6피안타)을 기록했고, 6, 7차전에선 구원승을 따냈다. 5경기에서 무려 40이닝을 던졌다. 투수가 분업화한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얘기다. 그는 “정신력으로 던졌다. 나 혼자가 아니라 동료들이 수비와 공격에서 도와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프로야구는 1994년 이광환 엘지 감독의 이른바 ‘스타 시스템’(선발-중간-마무리)으로 투수 분업화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부동의 에이스 의존도가 높았다. 1983년 해태는 단 3명의 투수로 한국시리즈를 제패하기도 했다. 롯데의 에이스였던 최동원은 1983년 프로에 데뷔해 5년 연속 해마다 10승 이상을 올리고 200이닝 이상을 던진 ‘무쇠팔’이었다.

최동원은 1980년대 해태 선동열(48·전 삼성 감독)과의 뜨거운 라이벌 대결로 숱한 화제를 모았다. 둘은 1승1무1패를 기록했다. 1986년에는 한 번씩 완봉승을 주고받았고, 1987년 5월16일 부산 사직구장 ‘결승전’에서는 연장 15회까지 2-2로 비겼다. 지금은 선발 투수의 한계 투구수를 100개로 잡지만, 이 경기에서 최동원과 선동열은 무협지를 연상시키듯 209개와 232개의 공을 뿌렸다.

최동원의 트레이드마크는 안경과 와이드업 때 왼발이 하늘로 치솟는 ‘거침없는 하이킥’이었다. 그는 “스포츠 안경을 귀 뒤로 감아서 고정시켰다”고 했다. 팬들의 사랑도 듬뿍 받았다. “팬레터가 당시 철제 캐비닛 2개에 가득 찼다. 수만 통, 그 이상으로 짐작된다”고 했다.

조금 늦게 태어났더라면 국외에도 진출하고 많은 연봉도 받을 수 있었던 선수다. 그러나 “그 시절 팬들에게 너무 많은 사랑을 받은 것으로 만족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최동원은 선수 복지와 인권에 남달리 관심이 많았다. 1988년 선수협의회 결성 여파로 삼성 김시진(53·현 넥센 감독)과 맞트레이드된 뒤 1990년 32살의 한창 나이에 마운드를 떠났다. 그래서일까. 그는 후배 선수들에게 “야구를 쉽게 그만둘 생각 하지 말고 1년이든, 2년이든 좀더 오랫동안 유니폼을 입어주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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