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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의 팬인 브라이언 스토(42)는 지난 2일(한국시각) 엘에이(LA) 다저스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을 찾았다. 시즌 개막 앙숙 대결이라 관중석의 분위기는 살벌했다. 양쪽 팬들은 자주 으르렁댔다. 두 아이의 아빠인 그는 가족에게 “관중석에서 응원하는데 조금 무섭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몇시간 뒤, 그는 야구장 주차장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두 명의 다저스 팬이 샌프란시스코 팬인 그를 공격했던 것. 곧바로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4일까지도 혼수상태라는 게 <뉴욕 타임스> 등 외신이 전한 비극적 상황의 줄거리다.
다저스 구단과 지역 경찰은 3만5000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20대 안팎으로 추정되는 범인들 검거에 나섰다. 다저스 구단은 별도로 윌리엄 브래턴 전 엘에이 경찰청장을 보안 자문관으로 고용했다. 토미 라소다 전 다저스 감독은 병원비에 보태달라며 자비 5000달러를 내놨다. 야구장 안팎에서 팬들의 모금도 이어져 14일 현재 7만달러가 걷혔다. 두 팀 선수들도 팬들을 향해 성숙한 응원문화를 보여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속해 있는 엘에이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는 견원지간이다. 전신인 브루클린 다저스와 뉴욕 자이언츠 때부터 맞수관계를 유지해왔고, 서부로 연고지를 옮기면서 적대감정은 더욱 견고해졌다. 올 시즌 두 팀 개막전에서 싸움이나 난동으로 체포된 관중 수는 72명. 지난해 개막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132명)보다 줄었으나 심각한 인명 사고가 나고 말았다. 야구판 훌리건 문제가 떠올랐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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