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우체통에 비닐옷을 곱게 입은 책자가 하나 꽂혀 있다. 정기적으로 오는 유니세프 책자다. 둘째를 갖고 감사의 마음에 2만원씩 유니세프 기부를 시작했다. 월드비전에는 결혼을 하면서부터 2만원씩을 보낸다. 도움을 줬던 아이는 중학생에서 이제 어엿한 대학생이 되어 있다. 올해부터는 다른 초등학생 아이와 연을 맺었다. 가끔 배달되는 소식지를 보면 뿌듯하다.
남편이 속한 사회인 야구팀은 몇년 전까지 인천의 한 고등학생 야구 선수를 후원했다. 이유라야 별것 없었다. 야구라는 스포츠를 위해 뭔가를 하고 싶었고, 그런 생각이 어려운 형편에서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워가는 유소년 돕기로 이어졌다. 이 선수는 재작년 42만5천달러의 계약금을 받고 미국프로야구 구단에 스카우트됐다. 환송회 자리에서 그 선수는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처럼 사회인 야구팀들 중에는 야구를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야구 꿈나무를 후원하는 곳이 많다.
기아(KIA) 타이거즈는 지난해부터 기아차 임직원들과 함께 ‘타이거즈 러브 펀드’를 진행중이다. 안타·홈런·도루·승리·세이브·홀드 등 항목당 1만~20만원을 적립해 소외계층을 지원한다. 지난해에는 11명 선수들만 참가했는데 올해는 20명 남짓한 선수들이 참여하고 있다. 1군 주전급 선수들 대부분이 이웃 돕기에 나섰다고 할 수 있다. 내야수 안치홍은 ‘타이거즈 러브 펀드’와 별도로 안타·도루당 얼마씩의 후원금을 쌓고 있다.
엘지(LG) 몇몇 선수들도 경기 때마다 후원금을 적립중이다. 조인성이 도루 저지당 10만원을, 박용택과 이진영이 안타당 3만원을, 이대형은 도루당 5만원을 모으고 있다. 롯데 이대호도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는 원오사(寺) 공부방 어린이들을 위해 매달 일정액을 후원하고 있다. 이 밖에도 각 팀들은 기업들과 연계해 후원금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이 후원금을 분담할 기업이 없으면 기부하는 것을 꺼려 한다”고 했다. 또다른 구단 관계자 또한 “선수들한테 남을 돕는 후원이나 기부에 대한 개념이 많이 부족한 편이다. 어떤 선수는 별도로 후원금을 모으고 싶은데 다른 동료들의 눈치가 보여서 못하겠다고 하더라”고 했다. 기부를 하고 싶어도 자칫 ‘잘난 척’으로 비쳐질까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다는 얘기였다.
사람들은 기부를 통해 자신과 세계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경험을 한다. 대가를 바라지도 않는다. 손안에 만원이 쥐여 있을 때 100원이라도, 아니 10원이라도 나누려는 마음이 있으면 된다. 꼭 돈이 아니어도 된다. 자신을 사랑하고 지원해주는 팬들을 위해서 되돌려준다면 더더욱 반가운 일이다. 프로야구 선수들과 구단의 기부 문화가 더 확산되길 기대해 본다.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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