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두산 감독이 지난주 스스로 지휘봉을 놨다. 한달여 전부터 속앓이를 하다가 기어코 결단을 내렸다. 십여년 넘게 동고동락했던 김승영 두산 단장은 “결심을 돌릴 수 없었다”고 했다. 한번 마음먹으면 절대 바꾸지 않는 성격이 이번에도 드러났다. 경기장 안팎에서 그의 뚝심은 대단했다. 그런 뚝심이 두산을 젊고 빠른 팀으로 변모시켰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일궈냈다. ‘냉철한 승부사’였던 김 감독이었지만 그라운드 안 스트레스는 올해 특히 더 감내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20일(한국시각)에는 미국프로야구 역사상 첫 푸에르토리코 출신 감독이었던 에드윈 로드리게스 플로리다 말린스 감독이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팀이 9연패를 하는 와중에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그 또한 지난해 시즌 도중 급작스레 감독직을 맡은 터였다. 같은 날 오지 기옌 시카고 화이트삭스 감독은 오전에 병원에서 요로 결석 치료를 받고 오후에는 더그아웃에 앉아 경기를 지휘했다. 그의 신장 이상은 화이트삭스 감독 부임 첫해였던 2004년에도 있었다. 경기 중 제때 화장실에 못 가면서 재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프로야구 감독들에게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는 시즌 내내 끌어안고 가야 할 짐이다. 여타 스포츠와 달리 매일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김시진 넥센 감독은 스트레스에 대해 최근 이렇게 표현했다. “경기 도중에 뒷목이 뻐근해짐을 종종 느낀다. 뒷골이 땅기면서 ‘싸~’해지는 게 엄청 기분이 나쁘다. 감독이 된 뒤 소화가 안 되고 속이 더부룩한 증세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약을 먹고 있지만 여전하다.” 김 감독은 몸에 이상을 느낀 뒤로 시즌이 끝나면 매해 종합검진을 받는다. 시티(CT)부터 엠아르아이(MRI), 위 내시경까지 정밀검진을 한 뒤에야 비로소 안심한다.
고 김명성 감독이 쓰러진 것도 결국엔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성적에 따른 고통으로 잦은 폭음을 했고, 줄담배를 피워댔다. 그사이 몸은 축났고 결국 2001년 7월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떴다. 김성근 에스케이 감독은 한때 신장암과 싸웠다. 발병 사실이 알려지면 그라운드를 떠날 수도 있어 이를 숨기고 투병 생활을 했다. 김인식 전 두산 감독 또한 경기 도중 자주 이를 꽉 깨무는 바람에 이가 성치 않아 지금도 고생하고 있다.
프로야구는 종종 인생에 비유되곤 한다. 오죽하면 ‘살다’, ‘죽다’의 용어가 반복되겠는가. 1년에 경기 횟수만 133번. 내년에는 140번으로 늘어난다. 많게는 80명 가까운 선수단을 이끄는 프로야구 감독들의 생과 사를 넘나드는 고통도 그만큼 많아진다. 김경문 전 감독은 명장이기 이전에 진짜 사나이였다. 기간이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그가 유학을 통해 재충전을 한 뒤 그다운 모습으로 그라운드로 다시 돌아오길 바라본다.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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