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의 맛있는 야구 /
얼마 전 프로 골퍼 토마 르베(프랑스)는 프랑스오픈 우승 뒤 연못에 뛰어내리는 세리머니를 하다가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이 때문에 르베는 14일 개막하는 브리티시오픈 출전이 어렵다고 한다. 미국프로야구에서도 세리머니를 하다가 다친 선수들이 여럿 있었다. 켄드리스 모랄레스(LA 에인절스)도 그들 중 한 명이다.
모랄레스는 지난해 5월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연장 10회말 끝내기 만루홈런을 친 뒤 동료들이 모여 있는 홈플레이트로 껑충 뛰어들어갔다가 다리가 부러졌다. 한참 기뻐하던 동료들은 모랄레스가 일어나지 못하고 끙끙대자 사태를 파악하고 트레이너를 불렀다. 20여분 후 운동장 정리가 한창일 때 모랄레스는 청소 도구를 싣는 그라운드 정리차 짐칸에 타고 주차장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더스탠 모나 테리 하퍼는 남을 축하해주려다가 어이없는 부상을 당했다. 모어는 팀 동료의 홈런을 축하해주기 위해 더그아웃에서 급히 뛰어나오다가 급소를 다쳐 며칠 앓아누웠다. 하퍼는 팀 동료와 거친 하이파이브를 하다가 어깨가 탈골됐다.
비단 세리머니뿐이겠는가. 야구장 안팎에서 당한 선수들의 황당 부상은 일일이 손으로 꼽기 힘들다. 2001년 당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소속의 투수 애덤 이턴은 디브이디(DVD)의 포장지를 과도로 뜯으려다가 실수로 자신의 배를 찔러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2008년 7월 오클랜드 1루수 대릭 바턴은 머리에 6개의 디귿(ㄷ)자형 의료용 교정못을 박아야 했다. 그 이유는 올스타전 휴식기 동안 얕은 수영장 안으로 다이빙을 했다가 바닥에 머리를 부딪혔기 때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구원 투수 조엘 주마야는 기타를 치다가 손을 다쳐 2006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3경기를 뛰지 못했다.
2009년 시애틀 매리너스 3루수 아드리안 벨트레는 수비 도중 빠른 타구에 주요 부위를 강타당했는데 고통을 참고 경기를 계속 뛰다가 결국 부상이 악화돼 부상자 명단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를 더욱 ‘아프게’ 한 것은 감독이 그의 ‘주요 부위’ 회복 상태를 매일 언론에 얘기하는 것이었다.
이 밖에도 앤드루 존스(당시 LA 다저스)는 2008년 무릎 뒤쪽에 골프공만한 사마귀가 생겨서 경기를 뛰지 못했고, 2002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선발 투수 척 핀리는 아내의 폭력으로 인한 멍과 상처 때문에 시즌 첫 선발 등판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앞서 가는 구단 버스를 추월하려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코가 부러진 선수(카를로스 페레스)도 있었고, 태닝을 너무 하는 바람에 얼굴에 화상을 입어 경기에 못 나간 선수(마티 코도바)도 있었다.
한국프로야구에도 어처구니없는 부상들이 있었다. 박용택(LG)은 수년 전 세면대를 잡고 팔굽혀펴기를 하다 세면대가 무너지면서 손가락을 다친 적이 있고, 두산 외국인 투수 맷 랜들은 2009년 3월 지하철 계단에서 미끄러져 허리 부상을 당해 재계약에 실패했다. 자나 깨나 조심해야 할 것은 ‘불’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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