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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신’ 추방에 팬들 성났다

등록 2011-08-18 19:46수정 2011-08-18 23:02

김성근(69) 에스케이(SK) 감독
김성근(69) 에스케이(SK) 감독
SK 김성근 감독 해임…팬들 “성적 좋은데 왜 경질”
구단 “조직 안정 위한 결정”…이만수 감독 대행으로
18일 낮 12시30분, 인천 문학구장은 적막했다.

평소 같으면 특타를 할 시간, 타격 파열음은 없었다. ‘야신’(야구의 신) 김성근(69) 에스케이(SK) 감독의 공백이 느껴지는 순간, 구단은 전격 해임을 발표했다. 전날 김 감독이 “올 시즌 후 에스케이를 떠나겠다”고 선언한 뒤 만 하루도 안 돼 나온 결정이었다. 에스케이는 대신 대전 원정을 떠났던 이만수(53) 퓨처스(2군)리그 감독을 급히 불러 올렸다. 신영철 에스케이 사장은 “불가피하게 조직 안정화 때문에 결정했다. 순위 다툼이 급박한 상황이라 빨리 조직을 추스를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김성근 감독은 야구에 살고 야구에 죽는 속칭 ‘야생야사’ 감독이다. 암수술 뒤에도 이를 숨기고 야구장으로 향할 정도로 열정이 남다르다. 그런데 김 감독이 스스로 야구를 포기했다. 재계약을 놓고 구단과의 마찰이 어느 정도였는지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감독은 전날 경기를 마치고 병원 응급실에서 링거를 맞을 정도로 탈진해 있었다.

김성근 감독은 2007년 에스케이 3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후 치밀하고 끈질긴 야구를 선보이며 한국시리즈 세번 우승(2007·2008·2010년)과 한번 준우승(2009년)을 일궈냈다. 평범한 전력을 극대치로 끌어올리며 인천 야구 중흥기를 이끌었다. 올해도 에스케이는 중위권 전력으로 평가받았으나 줄곧 상위권을 유지해왔다. 홈 관중이 33만명에서 5년 만에 100만명을 바라보게 된 것도 김 감독의 공이 컸다.

보통 임기 마지막 해에 성적이 좋으면 구단은 감독 재계약을 미리 발표해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기 마련이다. 그러나 에스케이는 재계약 논의를 3차례나 미뤘다. 이 와중에 차기 감독 후보 이름도 거론됐다. 에스케이 창단 첫 우승을 이끈 김 감독으로선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감독 중도해임 여파는 선수단에 직격탄을 안겼다. 이홍범, 박상열, 이광길, 다시로, 후쿠하라, 고바야시 코치 등이 곧바로 동반 사퇴 의사를 밝혔다. 선수들도 한동안 라커룸에서 꿈쩍하지 않다가 경기 전 간단히 몸만 풀었다. 침통한 표정의 한 선수는 “지금 할 말이 뭐가 있겠느냐”며 고개를 떨궜다. 다른 선수들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 치열한 순위 경쟁 중 성적이 나쁜 것도 아닌데 수장이 바뀌는 초유의 사태에 할 말을 잃은 듯했다.

인천 팬들의 반발 또한 거셌다. 팬들은 18일 문학구장 왼쪽 외야석에 ‘프런트! 퇴진!’ ‘삼가 인천 야구의 명복을 빕니다’ ‘김성근 감독님 사랑합니다’ 등의 펼침막을 걸었다. 흰색 옷에 ‘엑스’(X)자가 새겨진 마스크를 쓰고 시간이 날 때마다 “김성근! 김성근!”을 외쳤다. 경기 후 수백명의 팬들은 불 꺼진 경기장으로 난입해 마운드 위에서 구단 유니폼을 불태우기도 했다. 야신을 떠나보낸 에스케이 구단은 이제 성난 팬심을 달래야 할 숙제를 떠안게 됐다.

인천/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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