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한화 한대화 감독,넥센 김시진 감독, 기아(KIA) 조범현 감독, 엘지 박종훈 감독
넥센 김시진·한화 한대화 전력보다 성적 좋아 ‘여유’
기아 조범현·엘지 박종훈 상위권 불구 성적악화 ‘불안’
기아 조범현·엘지 박종훈 상위권 불구 성적악화 ‘불안’
감독은 파리 목숨이다. 성적이 좋으면 생명이 연장되지만 순위 싸움에서 밀리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 그런데 올 시즌 프로야구는 이상하다. 상위팀 감독보다 하위팀 감독이 더 느긋하다.
시즌 전 “꼴찌 탈출이 목표”라고 소박하게 밝혔던 한화 한대화(맨 왼쪽) 감독은 8개 팀 중 6, 7위를 오르내리고 있지만 ‘야왕’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최근에는 선두 삼성을 잇따라 제압하는 등 3연승을 달리고 있다.
두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가 잇따라 성공하면서 탄력을 받은 덕분이다. 홈런타자 카림 가르시아는 국내에 복귀하자마자 6월의 최우수선수로 선정됐고, 마무리 데니 바티스타도 최근 활약이 뛰어나다. 바티스타는 24일 경기에서도 9회말 1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지만 채태인과 정형식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1점 차 승리를 지켰다.
김시진(둘째) 감독은 과거 현대 투수코치 시절 ‘투수 왕국’을 만들었듯이 무명 선수를 조련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워낙 전력이 좋지 않다 보니 최하위를 달리면서도 “그만 하면 잘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3·24일 엘지(LG)를 연파하면서 마침내 승률 4할을 넘어섰다.
반면 이들보다 순위가 앞선 감독들은 좌불안석이다. 6월까지 선두를 질주하던 에스케이(SK)가 사령탑 김성근 감독을 경질한 데 이어 상반기를 선두로 마친 기아(KIA) 조범현(셋째) 감독도 최근 9경기 1승8패로 깊은 시름에 잠겼다. 부상 선수들이 하나 둘 복귀하고 있는데도 부진 탈출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재계약 기간 3년 중 2년째인 그는 아직 경질설이 나돌 정도는 아니지만 올 시즌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시즌 초 반짝 선두를 달리는 등 9년 만에 ‘가을 야구’ 희망을 주던 엘지 박종훈(맨끝) 감독은 성난 팬들이 집단 행동에 나설 정도로 위기에 직면했다. 전반기 마지막 3연전에서 넥센에 충격의 3연패를 당하며 5할 승률로 마친 뒤 후반기에는 더욱 부진해 승률이 0.480(48승52패)으로 곤두박질쳤다. 5년 장기계약을 맺고 2년째를 맞고 있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자리를 보장받기 어렵다.
지휘봉을 잡은 첫해 선두를 달리는 삼성 유중일 감독도 자리를 위협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최근 부임 후 첫 4연패를 당하며 승률이 6할 미만(0.594)으로 떨어졌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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