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서 이만수 대행 호출에 7일 넥센전 무실점
데뷔 7년째 19차례 등판만에 첫승 신고 감격
데뷔 7년째 19차례 등판만에 첫승 신고 감격
보은이란 이런 걸까.
에스케이(SK) 이만수 감독대행은 2군 감독 시절 8년차 투수 윤희상(25)을 눈여겨봤다. 윤희상의 별명이 ‘이희수’일 정도로 이 대행의 사랑을 받았다. 이 대행은 마침내 그를 1군으로 불렀다. 지난달 25일 일이다.
7일 넥센과의 목동 경기. 이 감독은 경기 전 “(브라이언) 고든 외에는 이렇다 할 선발 투수가 없다. 이번 주말까지 계속 임시 선발로 메워가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히든 카드’ 윤희상은 스승의 고민을 보란듯이 날려버리며 보답했다.
6회 1사까지 안타 3개와 볼넷 1개만 내준 채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단 한 번도 연속으로 타자의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고, 별다른 위기도 없었다. 직구 최고구속은 시속 149㎞대에 이르렀고, 120㎞대의 슬라이더와 포크볼은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잘 떨어졌다. 불펜도 무실점으로 잘 버텨 결국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고, 2004년 데뷔 이후 7년여 만에 승리투수의 감격을 맛봤다. 2004년 7월8일 대전 한화전에서 프로 데뷔 처음으로 마운드에 오른 이래 19차례 등판 만에 거둔 첫승이다.
윤희상은 경기 뒤 쏟아지는 질문에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며 웃은 뒤 “어떻게 던졌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감독님과 코치님들 얼굴만 떠올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식 인터뷰가 끝난 뒤에는 “아까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머리가 하예졌고 표정관리도 되지 않았다”고 쑥스러워했다.
포수 정상호와의 찰떡궁합도 과시했다. 윤희상은 “공이 손에 잡히는 대로 느낌이 좋은 구질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상호 형이 그 볼에 사인을 냈다”며 “포수 미트만 보고 집중해서 던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기뻐했다.
윤희상은 당분간 선발을 보장받았다. 그가 에스케이의 무너진 선발 한축을 지탱하면서 위기에 빠진 스승을 구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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