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프로야구 홈런왕
홈런 20개이상 선수 손꼽아
김상현·최진행·최준석 부진
“거포는 삼진 감내해야 하는데
팀 성적탓 감독이 못기다려”
김상현·최진행·최준석 부진
“거포는 삼진 감내해야 하는데
팀 성적탓 감독이 못기다려”
‘홈런’은 있는데 ‘거포’가 없다. 요즘 감독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중장거리형 4번 타자는 있는데 대형 4번 타자 기근 현상이다.
15일 현재 홈런 선두는 삼성 최형우(28)로 116경기 동안 27개를 쳤다. 경쟁자인 이대호(29·롯데)는 현재 23개로 한발 뒤처져 있다. 이대로라면 2007년과 2008년 홈런왕에 올랐던 심정수, 김태균(이상 31개)과 비슷한 수준에서 올 시즌 홈런왕이 결정될 판이다. 이대호는 홈런보다는 타격·타점에 더 신경쓰겠다고 밝혀 최형우가 데뷔 최초 홈런왕이 될 가능성이 짙다.
둘을 제외하면 올 시즌 홈런 20개를 넘어선 선수는 한 명도 없다. 홈런 3위(19개) 최정(SK)은 무릎 근육 타박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있다. 코리 알드리지(넥센)와 강민호(롯데)가 공동 4위(18개), 이범호(KIA)가 6위(17개)에 올라 있다. 팀마다 앞으로 남은 경기가 8~18경기밖에 안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20홈런 이상을 때려낼 선수는 5명 안팎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14명), 2009년(15명)과 비교해 뚝 떨어진 수치다. 전체 홈런수(688개·15일 현재)도 2008년(646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경기당 평균 홈런은 1.45개로 역대 통산 평균치(1.57개)를 밑돈다.
전형적인 홈런타자들의 부상과 부진이 컸다. 최희섭, 김상현(이상 KIA)은 부상으로 들쭉날쭉한 출장을 했다. 장타력을 갖춘 최진행(한화), 조인성(LG), 홍성흔(롯데), 이성열, 최준석(이상 두산)은 모두 타격 부진에 빠졌다. 외국인 타자들의 활약도 예전 같지 않다. 알드리지 외에 카림 가르시아(한화)가 지난 6월 팀에 합류한 뒤 13개의 홈런을 쳐내고 있을 뿐이다. 반면 외국인 투수들의 기량은 상대적으로 좋아져서 홈런 억제 기능을 톡톡히 했다.
이효봉 해설위원은 “대포의 부진과 외국인 투수들의 기량 향상이 맞물려 현재 프로야구는 거포를 키워낼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한 편”이라며 “홈런타자를 키우려면 삼진 같은 것은 감내해줘야 하는데 팀성적 때문에 조급한 감독들이 기다려주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례로, 순위싸움 소용돌이에서 출전기회가 별로 없던 박병호는 엘지에서 넥센으로 이적한 뒤 꾸준히 출전하면서 두 달도 안 된 시점에서 11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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