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LG 감독
프로야구 엘지(LG) 트윈스 박종훈(52) 감독이 전격 자진사퇴했다.
박종훈 감독은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정규 시즌 마지막경기인 삼성전에 앞서 “부진한 성적에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사령탑 취임 2년 만이다. 박 감독은 기자 회견에 앞서 구단에 사퇴 의사를 밝혔고 미팅을 소집해 코치 및 선수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박종훈 감독은 지난 2009년 9월 말 김재박 감독에 이어 엘지 사령탑으로 임명됐다. 두산 2군 감독으로 지내면서 신인 선수들을 발굴해낸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초보 감독으로는 파격적인 5년 장기 계약을 했다. 그러나 부임 첫해부터 투수 이형종과 봉중근 아내 등이 온라인상에 노골적으로 감독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등 개성 강한 선수들 때문에 통솔에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는 상위권 전력이라는 평가에도 부상 선수가 속출하면서 하위권으로 추락,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 8월에는 잠실구장 밖에서 부진한 성적에 항의하는 수백여명 팬들 앞에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박종훈 감독은 “시즌 초반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한 게 아쉽다. 정확한 시점은 기억이 안 나지만 마음속에는 항상 사퇴를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엘지 구단은 “빠른 시일 내로 후임 감독을 물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감독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면서 엘지는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불명예를 이어가게 됐다. 2000년 이후 계약 임기를 모두 채우고 엘지를 떠난 이는 김재박 감독(2007~2009년)뿐이다. 이광은(2000년~2001년5월), 김성근(2002년), 이광환(2003년), 이순철(2004~2006년 6월) 감독 등이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지휘봉을 놨다. 감독대행 체제도 두차례(2001년 김성근, 2006년 양승호)나 겪었다. 2000년 이후 엘지 사령탑(감독대행 포함)을 거쳐간 이들이 모두 7명이다. 때문에 팀 체질 개선없이는 어느 누가 사령탑으로 와도 엘지의 미래는 불투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현재 선동열 전 삼성 감독 등이 엘지 차기 사령탑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