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예상 깨고 SK에 완패
기아(KIA)가 결국 4위로 올 시즌을 마감했다. 전반기 1위에서 후반기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더니 준플레이오프에서 전문가 예상을 깨고 에스케이(SK)에 맥없이 무너졌다.
준플레이오프에서 타선 침묵과 불안한 불펜이 결정적 원인이 됐다. 기아는 2차전 6회부터 4차전 9회까지 24이닝 연속 무득점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세웠다. 삼성이 1991~93년 포스트시즌에서 세운 28이닝 연속 무득점에 버금가는 기록이다.
4경기에서 128타수 24안타 타율 0.186에 불과했다. 김상현(13타수 5안타·0.385)만 유일하게 3할을 넘겼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빈타에 허덕였다. 특히 테이블세터 이용규(18타수 2안타)와 김선빈(14타수 무안타)의 부진은 심각했다.
번트 실패는 치명타였다. 2차전 연장 10회 무사 1루에서 차일목의 보내기 번트가 1루수 파울 뜬공으로 잡히며 찬물을 끼얹었다. 3차전 2회 무사 1, 2루에서 나온 안치홍의 번트 실패는 3루-1루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둔갑했다. 조범현 감독도 “두 차례 번트 실수로 전체적인 분위기가 무거워졌다”고 털어놨다.
불안한 불펜은 이미 예견됐다. 2차전에서 한기주가 4이닝 동안 사사구 5개를 내주다가 결국 연장 11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뒤를 받쳐줄 투수가 없다 보니 한기주는 선발에 버금가는 72개의 공을 던졌다. 불펜이 불안하니 선발에 과부하가 걸렸고 결국 4차전에서 사달이 났다. 에이스 윤석민은 1차전 109개를 던지고 완투승을 거뒀지만 손가락에 물집이 잡혔고 사흘밖에 쉬지 못한 채 4차전에 나섰다. 투구수 40개를 넘기며 급격히 제구력이 흔들렸고 3회를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3차전에서 져 (윤석민을) 생각보다 빨리 등판시켰다”고 했던 조범현 감독의 말은 기아의 약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광주/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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