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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엘지 트윈스는 지난 9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감독 교체를 해도, 자유계약선수(FA)들을 많이 영입해도 성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성적이 나쁘니 구단 안팎으로 여러 구설이 쏟아져 나왔다. 팬들도 덩달아 성이 났다. 시즌 도중 즉석 청문회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김기태 신임 감독 선임 후 팬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성적 향상을 위해 베테랑 감독 영입을 바랐던 팬들이 많아서였다. 이 와중에 구단 누리집 팬 게시판인 쌍둥이 마당이 일시적으로 폐쇄됐다. 팬들은 유랑민이 돼 다른 온라인 공간에 다른 둥지(쌍마 대피소)를 틀었다. 그리고 청문회, 불매운동, 신문광고, 1인 시위, 무관중 운동의 내거티브 방식과는 차별화된 팬 운동을 기획했다. 사상 첫 ‘더 페스티벌-소통을 향한 우리들의 축제’(13일 오후 2시~저녁 7시·서울 여의도 시민공원)는 그렇게 탄생했다.
말 그대로 팬들의, 팬들을 위한, 팬들에 의한 ‘축제’다. 오후 2시부터 풍선 다트, 스피드 측정, 도전 스트라이크 등 놀이 마당이 진행되고, 오후 5시부터는 인디밴드 등의 공연이 펼쳐진다. 행사비는 1만여명의 엘지 팬들로부터 적게는 900원, 많게는 100만원의 성금을 모아 마련했다. 행사 준비를 맡고 있는 강유석 홍보팀장은 “1인 시위도 꾸준히 해왔고, 1일 펼침막 버스도 운행했다. 하지만 호되게 꾸짖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우리의 간절한 마음을 축제로 승화시켜보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가 작성한 초청글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엘지 트윈스와 하나의 공동체로 살아가길 선택한, 그래서 지금 상처받고 있는 그 모든 사람들과 함께 웃고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묻고자 합니다. 엘지 트윈스를 사랑하는 우리가 보이지 않느냐고. 정말 보이지 않느냐고.”
조연상 엘지 트윈스 마케팅 팀장은 “처음 행사 소식을 접했을 때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며 “8일 운영진을 만나 취지를 설명받았다. 13일 참석해서 그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롯데, 기아와 함께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엘지 트윈스 팬들. 구단과의 ‘소통’을 갈구하면서 벌인 ‘축제’는 과연 어떻게 마무리될까.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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