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필(38·왼쪽)과 박준수(35·오른쪽)
방출 딛고 SK·KIA서 새출발
2011년은 정말 힘든 한 해였다. 자유계약선수(FA) 보상규정이 발목을 잡으며 실업자 신세가 됐다. 미국, 일본 독립리그를 전전했다. 좋아하는 야구를 하러 다녔기 때문에 스스로는 괜찮았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고통스런 나날을 보냈다. 가장이 벌어오는 돈이 없으니 그랬다.
지난 5일, 1년여 만에 직장을 구했다. 연봉 7000만원. 2년 전과 같은 액수다. 원소속팀 한화가 보상받는 것을 포기해줘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최영필(38·왼쪽)은 에스케이(SK)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스물세살 때 인천에서 프로 데뷔했는데, 야구 인생 황혼기에 다시 인천으로 돌아왔다.
최영필은 “박경완, 박재홍 등 현대 시절 함께했던 선배들이 있어 팀 적응에는 문제가 없다. 야구 선수인 아들(인천 제물포고 진학 예정)에게 멋지게 재기하는 아빠의 모습을 반드시 보여주겠다”고 했다. 2010년까지 선발과 구원을 왔다갔다하는 스윙맨으로 활약하며 14시즌 동안 35승55패13세이브16홀드 평균자책 5.02를 기록했다. 15일부터 팀과 함께 미국 플로리다 전지훈련을 떠난다. ‘혼자’가 아닌 ‘팀’으로 훈련을 가는 것은 2년 만이다.
넥센에서 불펜으로 활약했던 베테랑 사이드암 투수 박준수(35·오른쪽) 또한 방출의 아픔을 털어내고 기아에서 새로운 시즌을 준비중이다. 넥센의 팀컬러가 젊은 선수들을 육성하는 쪽이라 그가 설 자리가 없었다. 박준수는 “작년에 아프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다”고 했다. 그는 2006년 38세이브를 올리는 등 꾸준한 활약을 보였으나, 지난해에는 2승2패 1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 6.41로 성적이 안 좋았다.
박준수는 “기아에는 누구의 것도 아닌 자리가 많기 때문에 경쟁 속에서 내 자리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며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공을 던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박준수 역시 팀과 함께 15일 미국 애리조나로 떠난다. 두 베테랑 투수에게 미국은 ‘약속의 땅’이 될 수 있을까.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