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집이 있습니다. 매년 적자입니다. 그럼에도 솜씨 좋은 주방장을 데려오고 메뉴를 다양화해 단골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손님들이 줄선 것을 보고 주인이 세를 올리네요. 그것도 모자라 실내 장식도 막습니다. 압박은 커지는데, 그렇다고 옮길 수도 없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님, 이 가게는 문을 닫아야 할까요 말까요.
서울시로부터 잠실야구장을 위탁관리하고 있는 두산, 엘지(LG)가 꼭 이 자장면집 같습니다. 자장면을 팔아도 남는 게 없습니다. 올해 잠실 구장 임대료는 두 팀 합쳐 25억5800만원으로 작년(13억8600만원)보다 2배 가까이로 올랐습니다. 서울특별시체육시설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라 입장수익의 10%가 임대료로 책정됩니다. 관중 수익에 따라 임대료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임대는 일종의 전세계약입니다. 그런데 경기장 시설에 일절 손을 댈 수 없습니다. 경기장 안 광고 시설물과 수익활동은 임대 권리와 별개로 판매됩니다. 서울시는 잠실야구장 시설 광고권 입찰에서 72억2000만원을 받고 한 사업자에게 권리를 팔았습니다. 광고권이 폭등한 것은 서울시의 ‘야구장 시설’ 투자 때문이라기보다는 구단이 좋은 상품을 만들려고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어렵게 부가가치를 만들어냈는데 몽땅 가져가니 구단들의 불만이 높습니다.
모그룹에 돈이 많은데 왜 그러냐고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돈 먹는 하마’인 것이 야구단입니다. 일부 기업은 경기 침체로 올해 야구단 지원금을 동결하거나 10% 이상 줄였습니다. 서울시 정책이 싫다면 다른 도시로 떠나라는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이미 30년 동안 수백억원의 누적 적자를 보면서 꿋꿋하게 야구를 해왔습니다.
박 시장님, 창원시는 프로야구 9구단 엔씨(NC)소프트를 유치하면서 새 야구장을 지어주기로 했습니다. 2014년 말 완공되는데, 연 관중 100만명이 넘을 때까지는 임대료를 전혀 받지 않기로 했다더군요. 야구장을 상업시설이 아닌 문화시설로 봤기 때문이겠죠. 2009년 새로 문을 연 미국 뉴욕의 양키스타디움도 뉴욕시의 부지제공과 세제혜택 등 지원을 받았습니다. 일부에선 ‘운동장 사회주의’라며 지원을 비판했지만, 시민복지와 경제효과유발 차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도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닐까요. 프로 구단이 떠맡은 희생을 당연시하기보다는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적어도 흑자가 나기까지는 임대료를 동결하거나, 면제해주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경기장 시설을 팬 친화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구단에 재량권을 주는 것은 어떤가요?
박 시장님, 스포츠는 21세기 시민복지와 연관돼 있습니다. 구단의 볼멘소리를 경청해보시죠. 그렇다고 재벌친화적 시장이라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세상은 달라졌습니다.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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