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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김기태 감독 “엘지 불쌍하단 말 더 힘들다”

등록 2012-03-12 19:46

프로야구 경기조작뒤 첫 소회
박현준·김성현 이탈보다
주위의 시선이 더욱 부담

“빈 자리에 임찬규·이대진
마무리 투수엔 리즈 기용”

‘모래알 구단’ 벗어날 준비
“길이 없으면 길 만들겠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고 했던가. 프로야구 엘지(LG) 트윈스 김기태(43) 감독에겐 단단함이 묻어났다.

12일 경기도 구리시 엘지 트윈스 숙소 겸 훈련장인 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그는 “감독 하면서 앞으로 더 큰 일도 많이 겪을 텐데, 오늘 일은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며 담담해했다. 경기조작 파문으로 박현준(26)과 김성현(23), 두 선발 투수를 한꺼번에 잃었지만 그는 “다른 선수들에겐 일자리가 더 창출된 것”이라는 농담까지 던졌다. 그는 오히려 주위의 시각이 더 부담스럽다고 했다. “다른 팀 감독이나 코치들이 ‘엘지 어떡하냐, 불쌍하다’고 걱정하는데, 사실 그게 더 힘들다. 속없이 웃을 수도 없고….”

김 감독은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마치고 지난 10일 귀국한 뒤 기자들의 전화를 피했다. 그는 “답변할 준비와 상황이 안 됐다. 죄송하다”고 했다. 이어 “나는 두 선수(박현준, 김성현)만의 감독이 아니다. 이제 우리 팀을 위해서라도 (경기조작 관련) 기사가 더는 안 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현역 시절 스타플레이어로 이름을 떨친 김 감독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남들이 부러워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하지만 그는 “그렇다고 순탄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회사(쌍방울 레이더스)가 부도나는 바람에 월급을 못 받은 적도 있고, 시련과 방황도 많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신은 인간에게 아픔을 견딜 수 있을 만큼만 준다고 하더라. 이것이 현실이라면 담담하게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엘지는 지난 시즌까지 끈끈함이 부족한 ‘모래알 구단’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 시즌엔 시작 전부터 대형 악재가 터졌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에게 ‘나 아닌 우리를 생각하고, 전체를 위한 플레이를 하라’고 늘 강조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겨울훈련 동안 선수들에게 ‘한계’를 경험해 보도록 했다. 그는 “55일 동안 전지훈련을 하면서 7일 연속 훈련한 적도 있다”며 “힘들 때는 자신들의 좌우명을 다시 한번 되뇌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이날 투타 보직도 전격적으로 일부 공개했다. 그는 “마무리 투수에 레다메스 리즈, 4번에 우타자(정성훈)를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팀에 견줘 불안한 마무리를 리즈가 해결해 줄 것이다. 리즈는 최고구속 158㎞까지 던지는 훌륭한 선수”라고 했다. 마무리 투수의 요건인 빠른 공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마무리 발탁 이유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선발투수는 벤자민 주키치만 결정됐고, 나머지 선발투수는 임찬규, 이대진, 김광삼, 정재복, 경헌호, 신재웅 등이 경합할 것”이라며 “봉중근은 5월께 복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4번에 우타자를 기용한 것은 좌타자가 많은 팀 특성상 좌우 밸런스를 고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엘지의 가장 큰 고민인 포수에 대해선 “박경완, 조인성, 진갑용도 처음부터 잘하진 않았다”며 “마지막까지 경쟁시켜서 새로운 포수를 발굴하겠다”고 했다. 그는 다만 개막전에는 베테랑(심광호)을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감독은 “세 경기 하면 한 경기는 이기고, 한 경기는 지는 게 야구”라며 “나머지 한 경기를 어떻게 이길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했다. 그는 승리의 비책을 “길이 없는 산을 만나면 길을 만들고, 다리 없는 강을 만나면 다리를 놓겠다”는 자신의 좌우명으로 대신했다.

구리/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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