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스포츠]
국내 프로야구 31년 역사상 왼손 포수는 전무하다. 미국의 메이저리그에서도 양대 리그가 정착된 1901년 이후 왼손 포수가 경기에 나선 것은 11경기뿐이다. 가장 최근 기록도 23년 전인 1989년 일이다. 당시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베니 디스테파노(당시 26살)는 외야수였지만 팀 사정상 어쩔 수 없이 3경기에서 포수 마스크를 썼다.
왼손잡이 포수가 불리한 이유는 두가지다. 우선 2루와 3루 송구에 어려움이 있다. 오른손 포수는 왼손 타자가 타석에 서 있을 때 송구에 방해를 받기는 한다. 하지만 보통 오른손 타자가 왼손보다 7.5 대 2.5 정도로 많다. 올해 한국야구위원회(KBO) 등록 532명 중 오른손이 67.1%(357명), 왼손이 18.4%(98명), 양손 선수가 14.5%(77명)를 차지했다.
3루 송구 때 문제가 드러난다. 왼손 포수가 3루에 공을 던지려면 몸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비틀어야 한다. 오른손 포수가 1루에 공을 던지는 것도 마찬가지지만 3루 도루를 막아야 하는 3루 송구는 훨씬 중요하다.
홈 블로킹 때도 왼손잡이가 불리하다. 홈으로 쇄도하는 주자를 태그하려면 주자가 달려오는 방향, 즉 왼손에 미트를 착용한 오른손 포수가 유리하다. 반면 포수 미트를 오른손, 즉 1루 방향에 낀 왼손 포수는 공을 잡더라도 3루 방향에서 달려오는 주자를 태그하려면 시간을 더 써야 한다.
왼손잡이라도 어깨 강하고 홈 블로킹이 좋다면 약점은 극복할 수 있다. 잭 클레먼츠는 메이저리그에서 1884년부터 15년 동안 1000경기를 넘게 뛴 왼손잡이 명포수였다.
왼손잡이 포수를 볼 수 없는 숨겨진 이유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어깨 좋은 왼손잡이는 포수를 시키지 않는다. 한화 송진우 투수코치의 아들 우현(16·온양중)군은 아버지처럼 왼손잡이로 초등학교 시절 포수를 봤다. 그러나 지금은 강속구 투수다. ‘왼손잡이 강속구 투수는 지옥에 가서라도 잡아오라’는 메이저리그 속담이 있다. 왼손잡이 새싹들은 투수를 한다. 따라서 왼손잡이 포수는 씨부터 마르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왼손잡이 포수 미트를 갖추려면 특별 주문을 해야 한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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