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할 시점 치른 10경기서 전승
1-4 뒤지던 한화전도 뒤집어
1-4 뒤지던 한화전도 뒤집어
프로야구 엘지(LG)의 ‘5할 본능’이 무섭다. 엘지는 올 시즌 3승3패, 10승10패, 15승15패 등 승률 5할 때 맞붙은 10경기에서 전승을 거뒀다. 올 시즌 23승(22패) 중 절반 가까운 10승을 승률 5할 때 따낸 것이다. 이쯤 되면 우연이라고 말할 수 없다.
엘지는 22승22패에서 맞붙은 한화와의 2일 경기에서 ‘5할 사수’가 어려워 보였다. 상대 선발은 6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를 기록하며 최고의 구위를 뽐내는 양훈. 반면 엘지 선발은 2007년 데뷔 뒤 단 1승도 없고 올 시즌 9경기에서 5패를 당한 이승우였다. 누가 봐도 한화의 승리가 예상됐다. 한화는 4회초까지 4-1로 앞섰다.
그러나 엘지의 집중력은 대단했다. 4점을 뽑으며 단숨에 5-4로 역전한 4회말 상황이 단적인 예. 1사 3루에서 7, 8, 9번 타자가 연속 볼넷을 골라 밀어내기 점수를 뽑았다. 이어 박용택의 역전 3타점 싹쓸이 2루타가 터졌다. 5-5 동점이던 7회말에는 정성훈이 바뀐 투수 안승민을 상대로 풀카운트 끝에 좌월 결승 3점 홈런을 때렸다. 끈질긴 승부의 결과였다.
시즌 전 엘지는 넥센과 함께 꼴찌 후보로 거론됐다. 전력 보강은커녕 투타의 주력 선수가 5명이나 빠져나갔다. 선발투수 박현준과 김성현이 경기조작으로, 안방마님 조인성과 중심타자 이택근, 마무리 송신영은 자유계약선수(FA)로 팀을 떠났다.
하지만 선수들의 의지가 남다르다. 2일 엘지의 더그아웃에선 “5할이 무너지면 어쩌나”하는 불안감보다는 “반드시 이긴다”는 자신감이 충만해 있었다. 김기태 감독의 용병술도 빼놓을 수 없다. 불안한 마무리 레다메스 리즈를 재빨리 선발로 돌리고 유원상-봉중근을 마무리 ‘필승조’로 가동해 성공을 거뒀다. 타선은 이름값보다 그날그날 몸상태가 좋은 선수를 우선 배치하고 있다.
엘지한테 승률 5할은 ‘본능’이자 10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루려는 처절한 마지노선이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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