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스포츠
야구 영화 <퍼펙트게임>을 보다 보면, 롯데 투수 최동원이 고의로 해태 타자 김일권의 몸을 맞히는 장면이 나온다. 운동장 정리 시간에 동료 김용철의 얼굴을 가격(?)한 데 따른 보복이었다. 영화 전개상 넣은 허구의 장면이다. 하지만 그 안에도 ‘사실’은 있다. 투수들은 가끔 동료 타자들을 위해 위협구를 던진다.
보통 위협구는 야구의 불문율을 지키지 않았을 때 날아든다. 큰 점수차로 앞서면서 후반부에 희생 번트를 대거나 도루를 감행할 때, 그리고 홈런을 친 후 과도한 세리머니가 있을 때 공이 몸쪽으로 향한다. 일종의 ‘경고’다. 3일 두산 마무리 프록터가 기아 나지완에게 머리쪽으로 공을 던진 것도 경고성 투구였다. 나지완은 5월 말 경기에서 프록터를 상대로 홈런성 타구를 친 뒤 과한 세리머니를 했다.
투수가 던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위협구는 머리로 날아가는 ‘빈볼’이다. ‘빈’(Bean)은 ‘머리’를 뜻하는 속어다. 빈볼을 많이 던지는 투수는 ‘헤드헌터’라고 불리기도 한다. 로저 클레먼스, 페드로 마르티네스 등이 메이저리그 대표 헤드헌터로 꼽힌다.
코칭스태프나 타자들은 투구폼만 봐도 의도된 빈볼인지, 혹은 제구가 안 된 공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 한 선수는 “투수들이 공을 던질 때 가끔 눈을 마주칠 때가 있다. 공을 놓는 위치나 어깨 움직임만 봐도 빈볼 여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투수들은 타자와의 기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공을 머리 방향으로 던지기도 한다. 머리 쪽으로 날아오는 공을 경험한 타자들은 아무래도 타석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가끔 벤치의 지시에 의해 전략적으로 빈볼을 던질 때도 있다. 맞수 관계에 있는 팀들은 보통 한 시즌 동안 몇 차례씩 빈볼을 주고받기도 한다.
빈볼 때문에 선수 생명이 끝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미네소타 중견수 커비 퍼켓은 1995년 데니스 마르티네스가 던진 직구에 턱이 골절되고 이빨 2개가 부러졌다. 이후 녹내장까지 발병해 그대로 은퇴했다. 2005년 시카고 컵스 애덤 그린버그는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무대에 섰으나 첫 타석, 첫 투구에 얼굴을 맞고 그대로 선수생활이 끝났다. 1920년 클리블랜드 레이 채프먼은 뉴욕 양키스 칼 메이스의 투구에 맞아 12시간 뒤에 생을 마감했다. 당시에는 헬멧이 없어 빈볼은 치명적이었다. 한국에서도 1955년 선린상고 최운식이 빈볼에 사망한 사례가 있다. 이종범은 일본 주니치 시절 빈볼에 맞은 뒤 내리막길을 걸었다.
18.44m 거리에서 날아드는 시속 140㎞ 안팎의 공은 살인 무기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는 2001년부터 빈볼을 던지는 투수에게 즉각 퇴장명령을 내리고 있다. 한국도 한때 이런 규칙이 있었으나 지금은 상황 전후를 판단해 투수를 퇴장시킨다. 타자 보호를 위해 빈볼 규정이 엄격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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