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달러의 사나이’ 클레이턴 커쇼(26·LA 다저스)가 7일(한국시각) 돌아왔다. 지난 3월22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와의 호주 원정 개막전에서 첫 승을 거둔 뒤, 등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지 46일만이다.
에이스의 복귀전 다웠다.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커쇼는 1회부터 시속 151㎞ 짜리 직구를 앞세워 상대 타자들을 윽박질렀다. 1회 앞선 두 타자를 투수 앞 땅볼과 삼진으로 잡은 뒤, 3번 타자 제이슨 워스에게 복귀 첫 안타를 허용했지만 4번 타자 애덤 라로쉬를 평범한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첫 단추를 잘 꿰었다. 2회를 병살타로 마무리하고, 3회에는 이날 첫 삼자범퇴로 초반 분위기를 압도하던 커쇼한테 4회 위기가 찾아왔다. 앞선 두 타자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1, 2루에 몰린 상황에서 오히려 커쇼가 위력을 발휘했다. 커쇼는 4번 타자 라로쉬를 3루수 파울 뜬공으로 잡은 뒤, 이어지는 두 타자한테 공 9개로 연속 삼진을 솎아냈다. 6회에도 선두타자 진루를 허용한 커쇼는 견제사와 삼진 두 개를 뽑아내며 구위와 노련미에서 상대를 압도했다.
모처럼 오른 마운드였지만 커쇼는 다저스를 대표하는 ‘푸른 피의 에이스’ 답게 시속 130㎞대 후반의 고속 슬라이더와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120㎞대 ‘명품’ 커브로 절묘하게 상대 타자 무릎 언저리를 파고 들었다. 또 3회를 빼고 매회 타자를 내보내면서도 위기마다 병살(2개), 견제사(1개)를 뽑아내며 손쉽게 고비를 넘겼다. 총 투구수 89개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68개에 이를 만큼 여전한 제구력도 뽑냈다.
커쇼는 이날 7이닝 동안 28타자를 상대로 안타를 9개나 맞았지만, 노련한 피칭으로 집중타를 피하면서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4사구는 없었고, 탈삼진은 9개였다. 이날 승리로 커쇼는 시즌 2승(무패)을 기록했고, 평균자책점은 1.35에서 0.66까지 내려갔다. 경기 뒤 메이저리그 공식 누리집(mlb.com)은 “부상이 있었던 것 같지 않았다. 완벽하지 않지만 여전히 강했다”고 평가했고, 스포츠 전문 매체 <이에스피엔>(ESPN)은 “끈질기고 집중력 있었다. 커쇼는 커쇼였다”며 다저스 에이스의 활약에 높은 점수를 줬다.
전날 무득점으로 침묵했던 타선도 이날 만큼은 홈런 2개 포함 14안타를 폭발시키며 에이스의 귀환을 환영했다. 5회까지 커쇼의 무실점 역투에 기댔던 타선은 6회 디고든과 칼 크로포드의 내야 안타 2개를 포함한 안타 4개와 상대 실책 2개를 묶어 3득점 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7회에도 디 고든의 3루타와 상대 실책으로 한 점을 더한 다저스는 8회에도 헨리 라미레스의 솔로 홈런, 포수 드류 부테라의 쐐기 3점 홈런으로 승부를 갈랐다. 특히 1번부터 5번 타자까지 모두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 등 무려 12안타를 터뜨린 활약이 돋보였다.
다저스는 8회말 바뀐 투수 크리스 페레즈가 3실점 했지만, 추가 실점 없이 8-3으로 승리했다. 최근 2연패를 끊은 다저스(19승15패)는 2위 콜로라도 로키스를 바싹 추격했다.
에이스가 빠진 사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3위까지 떨어진 다저스로서는 커쇼의 복귀로 천군만마를 얻게 됐다. 커쇼 빠진 가운데 1선발 자리를 대신했던 류현진 마저 부상자 명단(DL)에 오르면서 이달 중순께나 등판이 가능해져 다저스 마운드가 더욱 삐걱거리를 상황이었다. 마침 커쇼가 복귀전을 치른 이날 류현진도 훈련을 재개했고, 14일 부터는 마운드에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부터 다저스는 커쇼-잭 그레인키-류현진으로 이어지는 메이저리그 최강 수준의 원·투·쓰리 펀치(1~3선발)를 올 시즌 처음으로 정상 가동할 수 있게 된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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