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연합뉴스
팀이 ‘투구 이닝 제한’ 풀자…언론이 붙인 별명
유타카 한신 감독 “예술적 장면 오승환만이 가능”
유타카 한신 감독 “예술적 장면 오승환만이 가능”
일본 무대에서 더 강력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오승환(32·한신 타이거스)이 ‘이닝 사냥꾼’이란 새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일본 진출 이후 15경기에서 매 1회씩만 던지던 오승환에게 팀이 ‘투구 이닝 제한’을 풀자 일본 언론이 붙인 별명이다.
일본 진출 뒤 15경기에서 1이닝씩만 던졌던 오승환은 이날 시즌 첫 1⅓이닝을 던지면서도 또 한번 강인한 인상의 투구를 선보였다. 1-1로 맞선 연장 10회말 2사 만루의 절체절명 위기에서 히로시마 도요카프의 외국인 타자 4번 브래드 엘드레드를 5구째 150㎞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뽑아냈다. 이 장면을 두고 와다 유타카 한신 감독은 “이런 예술적인 장면은 오승환이 아니면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11회에도 등판한 오승환은 이번엔 수비 솜씨를 보여줬다. 1사 이후 3루타, 고의사구로 맞은 1, 3루 위기에서 다음 타자의 스퀴즈 번트가 나오자 글러브 토스로 홈에 송구 타자를 아웃 시켰다. 오승환은 마지막 타자 나카히가시 나오키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례적으로 30개나 되는 공을 뿌리면서도 이 가운데 27개를 돌직구로 정면 승부하는 대담한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 타자에게 5개 직구를 연속으로 뿌렸는데, 마지막 공까지 시속 149㎞에 이르는 강력한 구위를 보였다.
무실점 행진을 12경기로 늘린 오승환은 평균자책점도 1.80에서 1.65로 떨어뜨렸다. 동점 상황이어서 시즌 3번째 홀드도 기록했다.
오승환의 활약에도 팀이 1-2로 졌지만 일본 언론들은 “기대에 부응하는 투구를 펼쳤다. 와다 감독도 4시간 30분 격전 끝에 패한 아픔이 있지만, 수호신의 존재가 다시 한번 믿을 준 것으로 위안을 삼을 만하다”고 높게 평가하고 있다. 눈부신 투구를 벌이고도 팀이 패한 데 대해서도 평소 오승환이 “아무리 잘 던져도 팀이 지면 소용없다”며 입버릇 처럼 말하는 ‘팀 우선 정신’을 칭찬했다.
일본 스포츠 전문지 <스포니치>는 “오승환이 만화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어렸을 때부터 본 것이 전설적인 일본 타자 오사다 하루(왕정치)의 일대기를 다룬 만화 <오사다 하루>다. ‘내 역할을 다해도 팀이 지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가르쳐 준 책이었다”고 소개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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