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의 1회 3루 도루에 대해 심판들이 비디오 판독을 하는 동안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1루수 미켈 카브레라가 추신수(오른쪽)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 경기에서 디트로이트 백업 유격수 대니 워스가 9회 마운드에 올라 너클볼러로 변신했다. 디트로이트=뉴스1
디트로이트 대니 워스, 또 너클볼러로 변신
추신수는 멀티출루…텍사스 12-2 대승
추신수는 멀티출루…텍사스 12-2 대승
25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코메리카 파크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텍사스 레인저스의 미국 프로야구 경기. 8회말까지 원정팀 텍사스가 11-1로 크게 앞서가자 관중들은 하품을 하며 따분해 했다. 경기 초반 꽉 찼던 4만여 관중석은 이미 자리를 뜬 관중들로 듬성듬성 빈자리가 보였다. 그런데 9회초 하나 둘씩 자리를 뜨던 관중들의 발을 묶어놓은 ‘사건’이 벌어졌다.
디트로이트의 백업 유격수 대니 워스가 마운드에 오른 것. 불펜투수를 아끼려는 브래드 아스머스 감독의 ‘작전’이 관중들에게 뜻하지 않게 볼거리를 선사했다. 워스는 첫 타자 레오니스 마틴을 상대로 초구에 70마일(약 112.7㎞) 짜리 느려터진 너클볼을 던졌다. 비록 볼은 됐지만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나왔다. 워스는 2구째 다시 68마일(109.4㎞)짜리 너클볼을 던져 마틴을 1루 땅볼로 처리했다. 두번째 타자 도니 머피에게도 연신 너크볼을 던져 포수 앞 땅볼로 가볍게 처리했다.
관중석은 물론 양팀 더그아웃에서도 이 광경이 재밌다는 듯 낄낄대는 소리가 들렸다. 워스는 이후 3연속 안타를 맞고 1점을 내줬지만 강타자 미치 모어랜드를 1루 땅볼로 처리하며 임무를 완수했다. 공 16개 모두 시속 65~70마일(약 110㎞)의 너클볼만 던져 이닝을 마감한 것이다.
워스가 마운드에 오른 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틀 전인 23일에도 텍사스에게 2-9로 크게 뒤지자 마지막 9회초에 등판해 삼진을 2개나 잡아내며 1피안타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이날도 공 20개 모두 너클볼을 던졌다.
너클볼은 투수가 던진 공이 거의 회전하지 않아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떨어지거나 휘어지는 등 불규칙한 변화를 일으키는 변화구의 일종이다. 엄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으로 공을 잡고 나머지 세 손가락을 구부려 손가락 마디로 튕기듯 던지는 투구법이다.
워스는 올해 29살로 2007년 데뷔해 2010년부터 메이저리거로 뛰고 있다. 그러나 신통치 않은 방망이 실력 탓에 매시즌 20~30경기 출장에 불과하다.
마이너리그에서도 마운드에 한번도 서지 않았던 그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유격수 너클볼러’로 신선함을 주고 있다.
한편, 텍사스의 추신수는 25일 경기에서 디트로이트를 상대로 4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추신수는 3타수 1안타 1볼넷으로 두차례 출루에 성공했다. 타율은 0.309, 출루율은 0.432를 유지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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