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27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서 7회 말 칼 크로퍼드의 2루타 때 3루를 돌아 홈으로 질주하고 있다. 류현진은 팀의 세 번째 득점을 올린 뒤 8회 초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연속 안타를 맞아 ‘퍼펙트게임’을 놓쳤다. 로스앤젤레스/뉴스1
류현진, 신시내티 상대 ‘시즌 5승’
7회까지 한명도 진루 허용 않다
8회 첫타자에 2루타…퍼펙트 날려
7.1이닝 3실점 ‘4일휴식 징크스’ 깨
류 “큰 기록은 운도 따라줘야”
언론들 “역사 위협했다” 극찬
7회까지 한명도 진루 허용 않다
8회 첫타자에 2루타…퍼펙트 날려
7.1이닝 3실점 ‘4일휴식 징크스’ 깨
류 “큰 기록은 운도 따라줘야”
언론들 “역사 위협했다” 극찬
위대한 기록이 눈앞까지 다가온 순간이었다. 전날 팀 동료인 조시 베킷의 노히트노런 경기가 있었지만 류현진(27·엘에이 다저스)은 아예 퍼펙트게임을 달성할 기세였다. 류현진도 “컨디션, 제구, 공 스피드 등 모든 게 좋았을 만큼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최고의 투구였다. 7회까지 안타와 볼넷을 내주지 않아서 퍼펙트게임 생각이 없지 않았다”고 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이 필라델피아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베킷 위에 올라서려면 오늘 퍼펙트게임을 해야 할 것”이라고 류현진에게 말한 농담이 현실이 될 뻔했다.
27일(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MLB)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서 류현진은 7회초까지 무피안타, 무사사구로 21타자를 단 한차례도 1루에 내보내지 않았다. 긴장감을 넘어 설렘으로 술렁이던 경기장엔 8회초 시작과 함께 아쉬움의 탄성이 터졌다.
상대 선두타자 토드 프레이저가 류현진의 2구째를 받아쳐 좌익 선상을 타고 흐르는 2루타를 만들어낸 것이다. 류현진이 자랑하는 체인지업이 시속 133㎞ 속도로 너무 높게 들어왔다. 류현진의 생애 첫 퍼펙트게임과 1869년 시작한 메이저리그에서 역대 첫 이틀 연속 ‘노히트노런-퍼펙트게임’이란 전인미답의 기록이 함께 날아간 순간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역대 24번째이자 동양인 첫 퍼펙트 투수, 다저스 구단 역사상 1965년 샌디 코팩스에 이어 두번째 퍼펙트 투수가 될 기회도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하지만 7회까지 보여준 류현진의 역투에 대해 미국 <시비에스>(CBS), <이에스피엔>(ESPN) 등은 “류현진이 역사를 위협했다”, “신시내티는 류현진의 투구에 넋을 잃었다. 거의 퍼펙트 경기를 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다저스는 전날 베킷이 노히트노런 경기를 한 데 이어 류현진이 ‘퍼펙트급’ 투구를 펼치면서, 다저스 구단 역사상 최장 이닝(17이닝) 노히트노런 기록을 새로 썼다.
류현진은 “첫 안타를 맞은 뒤, 큰 기록은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고 운도 따라야 하는데 오늘은 운이 안 따랐다”며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7회초까지 완벽한 투구를 한 뒤 7회말 다저스의 공격이 길어진 게 문제였다. 다저스는 1-0으로 앞선 7회말 3점을 뽑아내는 과정에서 무려 32분 동안 공격을 했다. 류현진도 상대 유격수의 실책으로 올 시즌 첫 타점을 기록하며 출루했고, 주루 플레이에 득점까지 올리며 체력을 소모했다. <시비에스 스포츠>는 “길게 늘어진 7회말이 류현진을 던져버렸고, 8회초 그의 밤은 끝나버렸다”고 보도했다. 다저스의 추가 득점이 팀 승리에 도움은 됐지만, 팽팽한 투수전의 긴장 속에서 빠른 템포로 투구를 이어가던 류현진은 리듬을 잃고 말았다. 매팅리 감독도 경기 뒤 인터뷰에서 “긴 공격 시간이 아마도 류현진에게 해가 된 것 같다. 가속이 붙은 그에게 브레이크를 건 셈”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두 번의 호수비로 류현진을 도운 3루수 저스틴 터너도 “7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상대 투수 조니 쿠에토에게 16개의 공을 던지게 하며 볼넷으로 출루한 내게도 잘못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영향은 전혀 없었다. 우리 팀 공격이 길어지는 일은 예사인데 내가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8회초 첫 안타를 허용한 류현진은 추가로 2피안타와 희생 뜬공으로 1점을 내준 뒤 마운드를 내려갔고, 구원 등판한 브라이언 윌슨이 류현진이 남긴 주자 2명에게 모두 홈을 허용하면서 류현진의 성적은 7⅓이닝 3피안타 3실점이 됐다. 류현진은 팀 타선의 지원을 업고 4-3으로 승리하면서 시즌 5승(1패)째를 거뒀다. 4일간의 휴식 뒤 등판경기에서 호투하며 징크스 우려까지 나왔던 안방경기에서 올 시즌 첫승을 올렸지만, 평균자책점은 3.00에서 3.10으로 올라갔다. 홍석재 이재만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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