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관중은 월드컵이 열리는 해에 큰 폭으로 줄었지만 올해는 다르다. 사진은 지난 3월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엘지와 두산의 개막전에 만원 관중이 들어찬 모습.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002 한일 월드컵 기간엔 한 경기 관중 186명 굴욕도
2006년 28.2%, 2010년 29.3%, 이번엔 13.8% 감소 그쳐
2006년 28.2%, 2010년 29.3%, 이번엔 13.8% 감소 그쳐
프로야구는 월드컵이 반갑지 않다. 4년마다 월드컵이 열리는 해에는 관중이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월드컵이 열린 1998년에는 전년보다 무려 32.4%나 관중이 줄었다. 97년 390만명이 넘던 관중이 1년새 3분의 1가량인 130만명 가까이 빠져나간 것이다. 가장 큰 타격은 2002년 한·일월드컵 때였다. 인기 구단인 엘지(LG)와 기아(KIA) 등이 4강에 올랐는데도 전년에 견줘 60만명이나 빠져나갔다. 특히 월드컵 열기가 뜨거웠던 그해 6월의 관중석은 비참했다. 6월1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현대의 경기에는 고작 186명이 입장했고, 6월26일 수원 현대-에스케이(SK)전도 309명이 입장했다. 수원구장에선 관중석을 한가롭게 누비는 자전거까지 등장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통계를 보면, 브라질 월드컵이 시작된 지난 13일부터 23일까지 프로야구 35경기에서 37만7162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경기당 평균 1만776명이다. 이는 월드컵 개막 전까지 248경기에서 310만2031명, 경기당 평균 1만2508명이 야구장을 찾은 것에 견줘 13.8% 줄어든 수치다. 4년 전 남아공 월드컵 때 29.3%, 8년 전 독일 월드컵 때 28.2%가 줄어든 것에 비춰보면 감소 폭이 예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원인으로는 우선 세월호 사고 여파로 사회적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월드컵 인기가 예년만 못한 점, 한국 대표팀의 부진 등이 꼽힌다. 반면 프로야구는 치열한 순위 다툼과 함께 찰리 쉬렉(넥센)의 노히트노런, 야마이코 나바로(삼성)의 4연타석 홈런, 박병호(넥센)의 홈런 행진 등이 흥행을 이끌고 있다. 이에 따라 세월호 여파에도 239경기 만에 300만 관중을 돌파했고, 월드컵 바람도 ‘미풍’으로 잠재우며 순항중이다.
한국야구위원회는 2012년 700만 관중은 넘지 못하더라도 2011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600만 관중은 4년 연속 돌파를 자신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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