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만의 복귀전 시즌 14승으로 장식
다저스 이틀 연속 연장전 패배도 끊어
다저스 이틀 연속 연장전 패배도 끊어
시속 153㎞ 속구, 그리고 시속 114㎞ 커브. 17일 동안 ‘푹 쉰’ 괴물은 거칠 게 없었다.
오른 엉덩이 부상에서 회복된 엘에이 다저스 류현진(27)이 복귀전에서 빼어난 투구를 선보였다. 류현진은 1일(한국시각)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 시즌 24번째로 선발 등판해, 7이닝 4피안타 무4사구 7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면서 시즌 14승(6패)을 올렸다. 14승은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30번의 선발 등판에서 올린 승수(14승8패)와 같다. 총 투구수는 84개(스트라이크 57개)였고 속구 최고 시속은 153㎞가 찍혔다. 시즌 18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투구)로 평균자책은 3.18(종전 3.28)로 낮아졌다.
이날 경기는 지난 14일 애틀랜타전(5⅔이닝 3실점 패배)에서 엉덩이 부상을 당한 뒤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가 팀에 복귀하고 치른 첫 경기였다. 충분한 휴식기를 거쳤기 때문인지 전반적으로 공끝에 힘이 실렸고, 뚝 떨어지는 칼날같은 명품 커브(114~122㎞)로 타자들을 현혹시켰다. 탈삼진 7개 중 4개를 커브로 엮어냈다. 류현진의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노리고 들어온 샌디에이고 타자들에게 커브를 던져 허를 찌르는 모습이었다. 커브 낙차가 커서 타자들이 헛스윙을 하기 일쑤였다.
‘천적’을 다시금 확인한 경기이기도 했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 전까지 올해 샌디에이고전 3경기 선발등판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 0.47(19이닝 1실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통산 성적도 4경기 선발, 3승 무패 평균자책 0.71(25⅓이닝 2실점)로 좋았다. 펫코파크에서도 안방처럼 편안(2경기 0.69)하게 던졌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이 류현진의 복귀전을 샌디에이고전으로 정한 이유였다. 이날 승리로 류현진의 올시즌 샌디에이고전 성적은 3승 무패 평균자책 0.69가 됐다. 가히 ‘극강’이라고 불릴 만하다.
1회부터 속구 구속이 시속 153㎞(95마일)까지 찍혔으나 경기 감각 때문인지 제구는 좋지 않았다. 첫 타자 얀게르비스 솔라테에게 내준 좌익선상 2루타는 바깥쪽 체인지업(시속 132㎞)이 가운데로 몰리며 내준 것이었다. 1사 3루에서 제코 제드를 3구 삼진으로 엮어내면서 위기를 벗어나는 듯 했던 류현진은, 4번 타자 야스마니 그랜달에게 유리한 볼 카운트(1-2)에서 시속 153㎞의 속구를 통타당하며 동점 2루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1회말 1점을 내주기는 했어도 류현진은 6회말 1사까지 14타자를 범타로 처리하는 등 안정된 투구를 이어갔다. 2-1로 앞선 7회말 1사 1루에서 카메룬 메이빈에게 시속 147㎞ 속구를 던져 병살타를 유도한 게 백미였다. 7회까지 선두타자를 출루시킨 것은 1회밖에 없었다. 류현진은 8회초 타석에서 대타 안드레 이디어로 교체됐다. 점수 차가 벌어졌고 부상 뒤 치른 복귀전이었기 때문에 다저스 벤치로서는 류현진을 무리시킬 이유가 없었다.
다저스 타선은 1회초 스캇 반슬라이크의 우전 안타로 선취 득점을 하면서 좋은 출발을 했으나 3회초 1사 만루에서 추가 득점에 실패하는 등 경기 중반까지 빈공에 시달렸다. 샌디에이고 선발 에릭 스털츠의 제구가 좋지 않았음에도 득점 기회에서 초구에 방망이를 휘두르는 등 공격에서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다. 1-1 균형은 5회초 깨졌다. 1사 1·2루에서 맷 켐프가 중전 안타를 터뜨렸다. 하지만 반 슬라이크가 병살타를 기록하며 더 이상 점수를 뽑아내지는 못했다. 다저스는 8회초 무사 만루에서 후안 유리베, 다윈 바니의 적시타 등을 묶어 4점을 뽑아내면서 6-1로 달아났다. 햄스트링 부상에서 이날 류현진과 함께 복귀한 유리베는 5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다저스는 9회초 1점을 더 달아나면서 7-1로 승리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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