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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완생이요? 오히려 밑바닥부터 다시 해야죠”

등록 2014-12-31 19:04수정 2014-12-31 20:35

서건창(넥센·오른쪽)이 지난 22일 서울 양천구 목동 야구장에서 리틀야구 선수 이우인군과 야구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김태형 기자 <A href="mailto:xogud555@hani.co.kr">xogud555@hani.co.kr</A>
서건창(넥센·오른쪽)이 지난 22일 서울 양천구 목동 야구장에서 리틀야구 선수 이우인군과 야구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015 팬 별을 만나다] (1) 201안타 ‘영웅’ 서건창
스타는 홀로 빛나지 않는다. 성적과 관계없이 아낌없는 사랑을 보내주는 팬이 있어야 스타도 빛난다. 2015년에도 맹활약이 기대되는 스포츠 스타를 팬과 함께 만나는 장을 마련했다. 이들의 우정이 새해에 더욱 깊어지기를 바란다.

야구복을 입은 우인이는 한껏 들떠 있었다. “화장실 거울을 보며 질문 연습도 했다”며 자랑했다. 막상 서건창(26·넥센 히어로즈)과 마주서자 우인이는 그만 얼어붙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오!”라는 감탄사만 반복했다. 옆에 있던 삼촌이 어깨를 툭 쳤지만 그대로였다. 서건창은 그런 우인이에게 따뜻한 미소를 던졌다.

지난 22일 서울 양천구 목동구장에서 개인훈련을 막 끝낸 서건창을 히어로즈 골수팬 이한주(43·자영업)씨와 리틀야구 선수인 그의 조카 이우인(10·김포 신곡초 4)군이 함께 만났다. 이씨는 히어로즈 전신인 현대 유니콘스 시절부터 팬이었다.

“진짜 장그래(<미생> 주인공) 닮았는데요.” 대화는 서건창의 외모로부터 시작됐다. “여러 시상식 중계 때 서건창 선수를 보면 피부가 너무 고와서 진짜 그런지 궁금했다”던 이씨였다. 서건창은 ‘장그래 닮은꼴’ 언급에 “절대 안 닮았다. 그분(탤런트 임시완)에게 민폐다”라며 선을 그었다. ‘미생’에서 ‘완생’이 된 소감을 묻는 질문에도 고개를 저었다.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더 밑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어제’의 서건창
‘꿈나무’ 우인이 보니 어릴적 생각나
공 갖고 놀다 유리창 많이 깨
군 제대 두달 뒤 입단 테스트
간절하니까 감각 살아나더라

‘내일’의 서건창
강정호 선배의 빈자리 크지만
다른 선수와 호흡 잘 맞춰야죠
기회 잡으려면 100%로는 부족
이종범 선배 같은 감동 만들고파

이한주씨(이하 이) 정규리그 막판에 200안타를 2개 남겨놓고 9회에 볼넷을 골라 출루하는 모습을 봤다. 당시 투수도 1.5군급이어서 볼카운트 3-1에서 방망이를 휘두를 줄 알았는데. ‘팀이 우선’이라는 철학인가?

서건창(이하 서) ‘팀이 우선’이라는 건 프로 선수들이 가져야 할 당연한 생각이다. (201안타도) 별로 의식을 안 하고 흐름에 맞게 하다 보니 나온 것 같다.

우인이는 계속 서건창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질문해보라고 했더니 입을 여는 듯하다가 다시 다물었다. 서건창은 우인이를 지긋이 바라봤다.

어릴 적 생각이 많이 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는데 경기에 지면 분해서 어린 마음에 울기도 했다. 그래도 스트레스 안 받고 즐겁게 야구 하던 때였다.

야구 선수가 된 이유가 있나.

광주가 야구의 도시잖나. 야구를 너무 좋아했다. ‘해태 타이거즈’라는 강한 팀이 있어서 더 좋아했던 것 같다. 집에서 테니스 공 갖고 야구 하다가 유리 여러장 깼다. 그게 생활이었다.

광주일고 2년 선배인 강정호한테서 굉장히 도움을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강정호가 메이저리그로 가도 괜찮겠나.

서건창이 타격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김태형 기자 <A href="mailto:xogud555@hani.co.kr">xogud555@hani.co.kr</A>
서건창이 타격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신고선수로 들어와서 넥센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할 때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학교 선배니 든든하기도 했고. 유격수(강정호)-2루수(서건창)로 호흡이 잘 맞았다. 내가 더 열심히 노력해서 다른 선수와도 호흡을 잘 맞춰야 한다.

서건창에게 스트레스 해소법을 물었다. “야구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야구로 푼다. 좋은 성적 내면 확 풀린다”는 답이 돌아왔다.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우고 신인왕을 받고 2년 만에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지금, 서건창이 가장 원하는 목표는 여전히 “경기에 최대한 많이 나가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4년 전 군인이 지금 프로야구 최고 선수가 된 거다. 일반 사병으로 있다가 바로 야구가 되나? 감각이라는 게 있는데.

제대하고 두 달 만에 넥센 입단 테스트를 봤는데 두 달 준비하니까 감각이 돌아오긴 하더라. 당장 코앞에 닥친 일이라서 할 수밖에 없었고.

본인이 독기 같은 게 있다고 생각하나.

그런 마음이 없지는 않다.

만약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됐다면 지금의 서건창이 있었을까.

처음부터 잘 풀렸어도 열심히 했었을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시련을 겪었기 때문에 조금 더 열심히 한 것 같다.

우투좌타인데 원래 왼손잡이인가?

오른손잡이인데 왼손으로 타격 연습했고 중학교 때까지는 스위치 타자였다.(서건창이 아마추어일 때는 왼손타자가 프로에서 유리하다는 판단 아래 감독들이 오른손잡이 선수들에게 왼손 타격을 많이 시켰다.) 경기 전 타격 연습 때 오른손으로 쳐보기도 하는데 생각보다 공도 잘 맞추고 타구도 멀리 나간다. 타격 말고는 글씨도 오른손으로 쓰고 밥도 오른손으로 먹는다.

결혼 생각은 없나?

일단 아직은….

주변에 서건창 선수를 보면서 희망을 품는 젊은 친구들이 많다. 이들한테 해주고 싶은 얘기는?

(당황하면서) 나도 아직 젊은데…. 해보니까 힘든 시간은 지나가더라. 그 당시에는 막연하게 꿈만 꾸고 그랬는데 시간이 해결해 주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힘들 때라도)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은 다한 것 같다. 여러 방법도 찾아보고 기술적 부분이 안 되면 이미지 트레이닝도 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거다. 100% 가지고는 안 된다. 막상 기회가 왔을 때는 분명히 100%를 발휘하지 못한다. 절반도 못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일이 기회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이씨는 서건창의 마지막 말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았다. “앞으로 무엇이 될지, 무엇을 할지 몰라 불안해하는 주변의 젊은 친구들에게 동영상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인터뷰 뒤 우인이는 서건창과 캐치볼을 주고받고 수비 연습도 잠깐 했다. “땅볼을 참 잘 잡는다”는 서건창의 칭찬에 우인이는 더욱 신이 나서 공을 낚아챘다. 서건창과 헤어진 뒤 우인이는 드디어 말문이 터졌다. “이거 진짜 꿈이 아닌 거죠?” 서건창은 2014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어린 시절 봤던 이종범 선배님과 같은 감동을 만들어가겠다”는 소감을 말했었다. 그는 이미 이 시대의 ‘이종범’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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