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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총감독님과 한 방 썼던 중학생, 지금은?

등록 2015-03-01 21:01수정 2015-03-02 08:50

프로야구 감독들의 인연도
열세살 소년은 순간 얼음이 됐다. ‘총감독님과 한 침대에서 자라니!’ 해도 너무한다는 마음이 들었으나 별도리는 없었다. 다음날은 전국대회 준결승이 있는 날. 총감독과 한 침대에 누웠지만 잠은 쉬이 오지 않았다. 방 안 공기가 아주 무겁게만 느껴진 기나긴 밤이었다. 그 후 35년이 흘러 소년은 어느덧 프로야구단 사령탑이 됐다. 그리고 한날 한 침대를 썼던 ‘총감독’과 그라운드에서 적장으로 마주한다. 김태형(48) 두산 베어스 신임 감독과 김성근(73) 한화 이글스 감독 얘기다.

김태형 감독은 “신일중 때였는데 신일중, 신일고 야구부 코치가 따로 있었고 김성근 감독은 총감독이셨다. 2학년 때 지방에서 전국대회 준결승이 있었는데 총감독께서 갑작스럽게 내려와서 같이 방을 쓰게 됐다. 당시에는 어렸기 때문에 더 어렵고 무서웠다”고 했다. 김성근 감독은 신일고 훈련 때 공을 줍고 선배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던 ‘중학생 김태형’에 대해 “통통했던 아이”라고 돌아봤다. 둘은 올 시즌부터 초보 감독과 베테랑 감독으로 벤치 맞대결을 벌인다.

김성근-김태형처럼 2015 프로야구는 얽히고설킨 감독들 간의 관계로 더욱 흥미를 돋운다. 지략 대결의 전초전은 7일 개막하는 시범경기. 김성근 감독은 “어느 누구와 붙어도 얘깃거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10개 구단 감독 ‘김성근 제자 6명’
조범현·양상문은 애제자로 꼽혀

염경엽·김기태 대표적 죽마고우
중3때 같이 가출해 구두닦이 해

김용희·류중일 등 5명 감독
2000년 삼성서 감독·코치·선수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1984년 오비(OB·두산 전신) 베어스 감독으로 프로 사령탑에 데뷔한 김성근 감독은 30년 넘게 태평양 돌핀스, 삼성 라이온스, 쌍방울 레이더스, 엘지(LG) 트윈스, 에스케이 와이번스 등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여러 선수들과 관계를 맺었다. 김 감독 외 9명의 사령탑 중 김경문(57·NC), 조범현(55·kt), 양상문(54·LG), 류중일(52·삼성), 김기태(46·KIA) 감독 등이 프로에서 야신과 같은 유니폼을 입은 경험이 있다. 김태형 감독까지 포함하면 김용희(60·SK), 염경엽(47·히어로즈), 이종운(49·롯데) 감독을 제외하고 7명이 사제지간으로 얽혀 있다고 하겠다. 이들 중 조범현, 양상문 감독은 김성근 감독의 애제자들로 꼽힌다.

김 감독과 조 감독의 인연은 충암고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성근 감독이 충암고 감독이던 시절(1976~79년) 조 감독이 선수였다. 대건고 야구부가 해체된 뒤 76년 충암고로 옮긴 조 감독은 이듬해(1977년) 충암고를 창단 9년 만에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끌었다. 결승에서 광주진흥고를 5-0으로 꺾었으며 조범현 감독은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김 감독은 “당시 충암고는 사인 플레이(작전)가 엄청 많았는데 조범현은 다 외웠다. 성격이 아주 꼼꼼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이 오비 사령탑에 부임하며 이들의 인연은 다시 시작됐고 태평양을 거쳐 1990년 11월 삼성 사령탑이 된 뒤에는 트레이드 시장에 나와 있던 조범현을 삼성으로 영입했다. 1992년 10월 준플레이오프 완패의 책임을 물어 김 감독이 경질된 직후 조 감독도 삼성에서 자유계약으로 방출됐고 곧바로 은퇴했다. 둘은 쌍방울에서 감독-배터리코치(95~99년)로 사제의 연을 계속 이어갔다.

김 감독 집에서 “아들”, “범현 오빠”로 불리는 조 감독은 에스케이 사령탑 시절인 2003년, 한국시리즈에서 패한 뒤 기자회견에서 “김성근 감독님을 위해 이기고 싶었다”고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직전 해(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아깝게 준우승에 머물렀던 스승의 한을 풀어주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2009년 얄궂게도 둘은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격돌했고 당시 기아 사령탑이었던 조 감독이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스승이 이끄는 에스케이를 꺾고 타이거즈 10번째 우승을 완성시켰다. 프로 사령탑 데뷔 첫 우승을 확정지은 뒤 조 감독이 가장 먼저 찾아간 이는 3루 더그아웃의 김성근 감독이었다.

조 감독과 더불어 양상문 감독도 김 감독이 아끼는 제자 중 한 명이다. 이들의 인연은 고교 대표팀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김 감독은 부산고에서 이름을 날리던 양 감독에게 “너는 이선희 뒤를 이어나갈 한국 대표 왼손투수”라며 사기를 북돋아줬다. 이선희는 대륙간컵대회에서 일본을 상대로 완투승을 거두며 한국을 최초로 우승으로 이끈 신화적 존재였다. 양 감독은 “마치 아인슈타인의 칭찬을 받은 과학고 학생처럼 뿌듯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김 감독은 양 감독에 대해 “머리가 비상한, 야구를 제대로 아는 선수였다”고 돌아봤다.

고교 대표팀 코치와 선수의 인연은 대학 대표팀까지 이어졌고, 89년 태평양에서는 프로 감독과 선수로 조우했다. 양 감독은 오대산 전지훈련에서 얼음을 깨고 물에 들어가는 등의 김성근식 혹독한 훈련을 견뎌냈다. 2002년 김 감독이 엘지 사령탑일 때 양 감독은 투수코치였다. 김 감독은 자신이 집필한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에서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도 투수 쪽은 양상문에게 맡겼다. 아마 엘지에서 2~3년 (감독을) 더 하고 그만뒀으면 양상문에게 감독을 줬을 것이다. 그 정도로 양상문을 믿었고 처음부터 그를 제대로 된 리더로 키우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성근 감독과 양상문 감독은 프로 사령탑으로 맞선 적이 그동안 단 한번도 없었다.

김성근 감독의 프로 사령탑 데뷔 때는 조범현 감독과 더불어 김경문 감독도 오비에 몸담고 있었다. 김경문 감독은 양상문 감독과는 부산 동성중 1년 선후배로 만나 40년 넘게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쌓아오고 있다. 양 감독은 “단순한 선후배가 아닌 형, 동생 사이다. 중학교 때 내가 처음 안경을 썼는데 세수하고 세면대에 두고 오면 형(김경문)이 꼭 챙겨주곤 했다. 공주고(김경문), 부산고(양상문)로 갈린 뒤에도 서로 편지를 주고받았고 고려대에서 다시 만나 함께 지냈다”고 말했다. 둘은 2003년 말부터 롯데에서 감독(양상문)-수석코치(김경문)로 함께 팀을 이끌 뻔도 했으나 수석코치 제안을 받았던 김경문 감독이 이후 두산 사령탑에 선임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김경문-양상문 감독이 야구판의 절친한 ‘형님-동생 사이’라면 염경엽-김기태 감독은 대표적인 죽마고우다. 광주 충장중과 광주일고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며 숱한 경험을 공유했다. 염 감독이 김 감독보다 한살 더 많지만 중학교 때 유급을 해서 둘이 같이 야구를 하면서 컸다. 염 감독은 “중학교 3학년 때 야구 안 한다고 같이 도망나와서 서울역에서 3일 동안 구두닦이를 했었다. 당시 구두 한번 닦고 300원인가 받았는데 3일 만에 가족들에게 붙잡혀 광주로 내려갔다”며 옛 추억을 떠올렸다. 광주일고 때는 황금사자기 우승을 함께했고 인하대(김기태), 고려대(염경엽)로 진학을 한 뒤에도, 프로에서도 둘의 우정은 계속 이어졌다.

염 감독은 엘지 운영팀장이었을 때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코치 생활을 하던 김기태 감독을 한국으로 불렀고, 김 감독은 2011년 엘지 사령탑 임명 뒤 염 감독에게 수석코치를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친구에게 누가 되기 싫어 염 감독은 넥센 코치로 자리를 옮겼다. 작년 4월 갑자기 쌍둥이 사령탑에서 물러난 김기태 감독을 보면서 누구보다 더 마음 아파했던 이가 염 감독이었다.

‘김성근’이라는 단어로 묶이는 조범현, 김경문, 김태형 감독은 모두 오비(두산) 포수 출신이다. 김태형 감독은 “김경문 감독을 대학 시절부터 봤는데 배울 점이 참 많았다. 항상 따뜻한 말을 해줬고 옆에서 많이 배웠다. 롤모델로 삼고 있다”고 했다. 염경엽 감독과는 염 감독이 엘지 프런트에 있을 때 잠실구장에서 여러 번 마주쳐 지금은 마주 앉아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됐고 김기태·이종운 감독과는 비슷한 시기에 프로 생활을 해서 서먹함은 전혀 없단다. 김용희 감독과는 에스케이 배터리코치 시절(2012~2014년) 연을 맺은 바 있다.

김성근, 김용희, 조범현, 류중일, 김기태 감독 등 현역 사령탑 절반(5명)은 2000년 삼성 소속이었다. 당시 김용희는 1군 감독, 김성근은 2군 감독, 조범현은 배터리코치, 류중일은 작전코치, 김기태는 ‘선수’였다. 김용희 감독도 다른 사령탑들과 씨줄날줄로 엮여 있는데 김경문, 염경엽, 양상문 감독과는 고려대 선후배, 이종운 감독과는 경남고 선후배 관계다. 양상문 감독과는 선수 시절 롯데에서 잠깐 한솥밥도 먹었다. 1992년 롯데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을 때 김용희 감독은 코치, 이종운 감독은 선수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선수’ 이종운에 대해 “타석에서 짧게 끊어치는 스타일이었는데 야무지게 야구를 했다”고 기억했다. 1992년 준플레이오프 때 롯데는 삼성에 단 1점도 내주지 않고 2연승을 거뒀는데 이 때문에 경질된 삼성 감독이 김성근이었다. 그때 삼성 선수들 중에는 류중일 감독도 있었다.

이밖에 김성근, 조범현, 김기태 감독은 ‘쌍방울’(97~98년)이라는 교집합이 있고, 조범현 감독이 2003년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했을 때 에스케이 주장은 김기태 감독이었다. 김기태 감독이 삼성에 몸담았던 1999년에 삼성 주장은 선수 마지막 해를 보내던 류중일 감독이었다. 김경문, 김기태 감독은 2008 베이징올림픽 대표팀 감독, 코치로 금메달을 함께 일궈낸 연도 있다. 이렇듯 서로가 마냥 적일 수만은 없는 2015 프로야구 판에서 최후에 웃는 감독은 과연 누가 될까.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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