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기아와 넥센의 광주경기는 브렛 필이 왜 ‘효자용병’인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필은 이날 1-3으로 뒤지던 4회말 만루홈런을 터뜨려 단숨에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왔다. 이 홈런에 힘입어 기아는 5할 승률(28승28패)을 유지할 수 있었고, 넥센과의 상대전적도 2승5패로 불균형을 다소나마 해소할 수 있었다. 기아는 지난해에도 넥센에는 4승12패로 유독 약했다.
9일 현재 필은 시즌 타율 0.312, 홈런 10개, 48타점을 기록중이다. 타격 부문 16위에 해당하며 홈런수는 1위 테임즈(20개·NC)의 절반에 불과하다. 타점 역시 이호준(NC), 테임즈, 강민호(롯데) 등에는 못 미친다.
그러나 필의 팀 내 공헌도는 이들 이상이다. 기아의 타자 중 유일하게 전 경기에 출장하고 있으며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중 유일하게 3할대를 치고 있다. 기아에서 2014년 이후 2시즌째를 맞고 있는 필은 득점 찬스에서 더욱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주자 없는 상황에는 타율이 0.258이지만, 주자만 있으면 타율이 0.376으로 껑충 뛴다. 특히 만루 상황에서의 타율은 무려 0.750에 이른다. 4번의 만루 기회에서 홈런 2개를 포함해 3안타를 쳤고 6득점, 11타점을 올렸다.
필은 또한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집중력을 발휘한다. 9회 타율이 0.421(19타수 8안타)에 이른다. 지난 4월23일 9회말 동점 만루홈런 등 홈런 4개를 쳤고 11타점을 기록중이다. 연장 타율 역시 4타수에 불과하지만 2안타를 뽑아 0.500에 이른다.
기아는 올 시즌 토종거포 이범호(타율 0.218)와 나지완(0.167)이 동반 부진을 보이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타율 0.269와 0.312를 쳤던 이범호와 나지완의 슬럼프로 기아의 득점력에는 큰 구멍이 뚫려 있다. 기아의 평균자책점은 4.40으로 삼성, 에스케이(SK)에 이어 3번째로 안정돼 있지만 팀 타율은 0.258로 9위로 처져 있다. 이런 기아가 5할 승률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에는 필의 활약을 빼고 설명하기 힘들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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