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새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가 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엘지와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새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30)가 한화 이글스의 희망이 될까?
한화가 8월 들어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5일엔 시즌 첫 5연패에 빠지며 5할 승률이 무너졌다. 5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기아(3연패)와 에스케이(2연패)와의 최근 다섯 경기에서 연달아 패하며 그동안 벌려놓았던 승차를 까먹고 역전당했다.
한화는 6일 대전에서 열린 엘지와의 홈경기에 로저스를 선발로 등판시키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로저스의 첫 국내무대는 일단 희망을 주고 있다. 로저스는 이날 빠른 템포로 공을 던지면서 공격적으로 타자들을 상대했다. 빠른 공은 웬만하면 시속 150㎞를 넘나들었다. 1회 2사 이후 박용택에게서 2루타를 맞았으나 후속 타자를 잡아 이닝을 마쳤다. 로저스는 엘지 타자들의 타순이 한 번 돌자 이번에는 커브를 중심으로 타자들을 요리했다. 6이닝까지 산발 3안타를 내줘 1실점하며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주자가 나간 상황에서는 다소 불안감을 주기도 했다. 4회 선두타자 문선재가 안타로 진루한 뒤 도루를 허용했고, 주자를 신경 쓰면서 연속 안타도 허용했다. 그러나 이날 강경학과 주현상, 정근우 등 한화 내야진의 멋진 호수비가 계속되면서 로저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로저스의 영입은 한화의 마지막 승부수라고 볼 수 있다. 최근 한화의 부진에는 1번타자 이용규의 이탈이 크게 작용하고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선발투수들의 부진을 빼놓을 수 없다. 한화는 선발 탈보트가 팀 최다승인 8승8패를 거뒀지만 중간계투인 권혁이 8승8패, 박정진이 6승1패다. 한화 투수진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지면서 최근 변칙 등판도 잦아졌다. 4일 김민우가 지난달 30일 두산전 이후 4일 쉰 뒤 등판했고, 5일 탈보트도 예정보다 하루 일찍 등판했다. 지난달 29일 등판했던 배영수의 등판이 유력했으나 에스케이에 강한 탈보트를 앞세운 것이다. 배영수 역시 이날 1-7로 뒤지던 5회 구원으로 등판해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변칙 등판은 승리를 통해 위기 탈출과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도 있지만, 자칫 위기를 장기화할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다. 로테이션이 무너지면서 박정진·권혁·윤규진 등의 필승조마저 흔들린다. 한화에 확실한 선발투수가 필요한 이유다.
로저스는 올 시즌 뉴욕 양키스에서 셋업맨으로 활약하며 18경기에서 33이닝을 소화하고 1승1패 평균자책점 6.27을 기록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로저스(키 192㎝, 체중 90㎏)는 150㎞를 넘나드는 빠른 공과 슬라이더, 커브가 주무기다. 공식 연봉만 해도 70만달러(약 8억2000만원)에 이른다. 올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을 꿈꾸는 한화의 각오와 승부수를 엿볼 수 있다. 한화 쪽은 “팀이 전반기에 좋은 성적을 올렸고, 팬들의 높은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가을야구를 목표로 로저스를 데려왔다”고 설명했다.
로저스가 올해 정규리그에서 뛸 수 있는 경기는 최대 10경기 정도다. 로저스가 승리와 상관없이 모두 퀄리티스타트(6회까지 3점 이하 실점)를 할 수 있다면 한화 마운드는 현재보다는 훨씬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로저스는 4일 방송 인터뷰에서 “팀을 우승시키기 위해 왔다.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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