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이후 3년 만에 50승 고지. 한화에 중요한 의미를 남긴 이 경기 중심에는 14년차 김경언(33)이 있었다. 김경언은 8일 4-4로 맞서던 롯데전 8회말 2사 1루에서 120m짜리 결승 홈런을 터뜨려 대전 홈팬들에게 귀중한 1승을 안겼다.
부상에서 돌아온 김경언은 여전히 한화의 해결사였다. 시즌 초반부터 중심타선에서 활약을 펼쳤지만 5월 말 몸에 맞는 공으로 부상을 당했다. 파열된 종아리 근육의 회복이 늦어지며 6월 한달은 재활에만 매달려야 했다. 7월8일 두산전에 복귀신고를 했으나 좀처럼 타격감을 되찾지 못하면서 5경기에서 단 한개의 안타도 치지 못했다. 그러나 7월26일 삼성전에서 멀티히트를 친 것을 계기로 타격감을 되찾았고, 8월 들어서는 7경기에서 0.400의 타율을 기록하는 등 한화의 해결사로 돌아왔다.
2001년 기아에 2차 2순위에 뽑힐 당시 그는 유망주였다. 경남상고 시절인 2000년 대통령배 야구대회에서 홈런상을 수상했고, 기아 입단 계약금은 1억원에 이른다. 그해 한화 1차 1순위로 뽑힌 김태균의 입단 계약금이 1억6000만원이었음을 고려하면 낮지 않다. 그러나 김경언의 이름이 팬들에게 알려지기까지는 10년 가까이 걸렸다. 첫해 65경기에 출장해 타율 0.287을 올렸지만 그의 기록은 더 이상 나아지지 않고 퇴보했다. 집중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들으며 2006년 이후에는 출장 횟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결국 2010년 한화로 이적한 그는 꾸준히 출장 기회를 얻었지만 그저 그런 타자였다.
하지만 2014년 팀이 꼴찌에 머무는 가운데 자신의 첫 3할타율(0.313)을 작성하고 홈런 8개를 때리며 존재감을 드러냈고, 데뷔 14년차인 올해 팀의 상승세와 맞물려 뒤늦게 기량이 만개하고 있다. 8일 현재 타율 0.355, 10홈런, 50타점을 기록중이다. 규정타석만 채웠더라면 넥센 유한준에 이어 타격 3위에 해당한다.
김경언은 득점포가 필요한 상황에서 더욱 강하다. 타격 폼은 다소 엉성한 듯하지만 공을 맞히는 능력이 탁월하다. 올해 득점권 타율이 0.378에 이른다. 특히 만루 상황에서 8타수 5안타(타율 0.625)를 치며 13타점을 올렸다. 데뷔 14년차 김경언의 타격이 완숙해질수록 한화의 가을야구 꿈도 익어가고 있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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