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31일 인천 송도 엘엔지(LNG)야구장에서 만난 전 한화 사이드암 투수 임경완(40)은 아직 무소속이다. 흰색 티와 반바지, 모자를 쓴 그의 복장 어디에도 소속을 나타내는 로고는 없었다. 그러나 임경완은 곧 호주 야구리그 최고 인기구단인 시드니 블루삭스의 유니폼을 입을 예정이다. 시드니 블루삭스는 한화 마무리투수였던 구대성(46)이 활약하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모교인 인하대 야구부 후배들과 훈련을 함께 하고 있는 임경완은 “호주에서 뛸 수 있게 됐다는 통보를 받고 사실 꿈만 같았다”며 “돈이 문제가 아니라 선수로서 좀더 할 수 있게 됐으니까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와 올해 두차례나 방출을 경험했다. 2014 시즌을 끝으로 에스케이 구단에서 방출 통보를 받은 그는 올 시즌 김성근 한화 감독과 인연을 맺었지만 지난 7월23일 또다시 웨이버 공시 선수가 됐다. 야구선수로서 최대 위기였다.
1998년 롯데에 1차 지명돼 줄곧 롯데에서 뛰던 임경완은 2011 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에스케이로 둥지를 옮겨 71경기를 뛰었다. 재기를 꿈꾼 올해는 1군 무대에서 딱 1경기에 출장해 볼넷 2개만을 기록했다. 통산 555경기에 출장해 30승46패, 33세이브, 69홀드, 평균자책점 4.18. 2004년에는 정규리그 홀드왕을 차지한 왕년의 철완은 답답했다.
임경완은 “사실 서운한 감도 있었고, 운동해왔던 지난 생활이 떠올라 만감이 교체했다”며 “더 선수생활을 하고 싶었고 내가 언제까지 선수로 활동할 수 있을지가 궁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역 생활을 좀더 하고 싶다는 그의 의사는 에이전트인 스포스타즈에 전달됐고, 에이전트를 통해 호주야구협회(ABL)와 접촉해 마침내 해외 진출이 성사됐다. 나이는 있지만 올해 2군 무대 2승2패, 평균자책점 5.22로 공끝은 살아있다.
임경완은 “에스케이 선수 시절 구대성 선배가 호주 리그에 진출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부럽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현역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녀 교육 차원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두 아이의 아빠인 그는 올해는 혼자 호주에 건너가 야구에 전념해보고 이후 현지 사정에 따라 아내와 두 자녀를 초대할 생각을 하고 있다.
호주 야구리그는 2010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야구시장 확대를 위해 호주야구협회 운영비의 75%를 지원한다는 파격적 조건으로 탄생됐다. 10월 중순부터 2월말까지 총 64경기가 16주간 진행되는 호주 야구리그는 현재 6개 팀이 활동중이다. 최근 호주협회는 2017년까지 팀을 8개까지 늘리겠다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선수생활을 연장하고 싶어 호주에 진출하는 임경완은 계획을 좀더 구체화하며 꿈을 키워가고 있다. 임경완은 “호주 야구는 사실 준프로리그에 불과하지만 메이저리그 코치들은 물론 마이너리그 선수들도 자주 찾아 배울 것이 많을 것 같다”며 “특히 호주는 클럽야구가 활성화돼 있어 이 부분도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향후 지도자도 염두에 두고 있는 그는 “호주 리그는 시즌이 짧아 야구 하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며 “이번 기회를 많이 배우는 기회로도 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프지 않고 구대성 선배만큼 오래 선수생활을 하는 게 꿈이고 내 뒤에 호주에 올 후배들을 위해서도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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