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전 도루 추가 ‘마지막 퍼즐’ 맞춰
미국선 4차례…일본 한차례도 없어
동료 “경기뒤 부족하면 훈련” 칭찬
박병호 146타점…이승엽 기록 넘어
미국선 4차례…일본 한차례도 없어
동료 “경기뒤 부족하면 훈련” 칭찬
박병호 146타점…이승엽 기록 넘어
팀 동료인 이호준이 묘사하는 에릭 테임즈(29·NC 다이노스)는 이렇다. “전혀 외국인 선수 같지가 않다. 경기 도중 자신의 부족한 면을 발견하면 경기가 끝나고 자발적으로 운동장에 남아서 개인훈련을 하고 간다. 어린 선수들이 본받을 점이 참 많은 선수다.”
‘부지런한’ 테임즈가 2일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새로 썼다. 테임즈는 2일 인천 에스케이(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케이비오(KBO) 리그 에스케이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4-0으로 앞선 3회초 볼넷으로 출루한 뒤 2루 도루를 성공시켜 ‘40(홈런)-40(도루)’ 대기록을 완성했다. 테임즈는 1회초 시즌 47호 홈런을 기록하는 등 일찌감치 40홈런 이상을 때려내며 리그 사상 최초의 ‘40-40 클럽’ 가입 초읽기에 들어갔었다. 34년 역사의 한국 프로야구에는 그동안 30홈런-30도루 기록이 7차례 있었으나 40홈런-40도루 기록은 없었다. 마지막 30홈런-30도루 기록도 2000년(박재홍)에 나왔었다.
140년 역사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호세 칸세코(1988년·42홈런-40도루), 배리 본즈(1996년·42홈런-40도루), 알렉스 로드리게스(1998년·42홈런-46도루), 알폰소 소리아노(2006년·46홈런-41도루) 등 4명만 40홈런-40도루를 기록했다. 일본 프로야구 79년 역사에 40홈런-40도루 고지에 이른 선수는 아직 없다.
‘노력하는 용병’으로 인식되는 테임즈는 올해 ‘40-40 클럽’ 외에도 4월9일 광주 기아전과 8월11일 목동 넥센전에서 2차례나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이 또한 국내 리그 최초의 기록이다. 타격 부문 1위(0.381)를 달리고 있는 테임즈는 장타율(0.792)과 출루율(0.498) 신기록도 넘보고 있다. 공·수·주를 완벽하게 갖춘 ‘기록 제조기’ 테임즈의 활약 덕에 엔씨는 외국인 선수 보유 수가 1명 줄고 불펜 기둥이던 원종현이 암 수술을 받는 악조건 속에서도 시즌 막판까지 5년 연속 정규리그 1위를 넘보는 삼성과 선두 싸움을 이어올 수 있었다.
최근 엔씨와 내년 시즌 재계약에 합의한 테임즈는 경기 뒤 “기록 달성을 앞두고 부담감이 컸는데 (기록 달성을 해서) 다행이다. 한편으로는 피곤함도 느껴진다”면서 “경기 전 전준호 코치와 오늘 선발 투수에 대해 얘기를 나두면서 충분히 대비를 했다. 도루를 시도하면서 제발 견제만 하지 말라고 생각하고 스타트를 끊었는데 다리가 조금 무거운 느낌이었다. 실패한 줄 알았는데 송구가 빗나가면서 운이 좋게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4타수2안타4타점 1볼넷의 기록. 엔씨는 에스케이를 9-2로 꺾고 5연승을 내달리며 1위 삼성과의 경기 차를 1경기로 유지했다.
삼성은 선발 차우찬을 연장 10회에 투입하는 강수를 둔 끝에 케이티(kt)를 5-4로 꺾고 간신히 1위를 유지했다. 한화는 엘지를 6-3으로 꺾고 실낱같은 가을야구 희망을 이어갔다. 3일 시즌 최종전을 앞둔 상황에서 5위 에스케이와는 한 경기 차. 선발 안영명은 2011년 류현진(LA다저스)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한화 토종 투수로는 시즌 10승 고지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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