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프 페닝턴. 사진 AP 연합뉴스
페닝턴 투구…MLB 가을야구 최초
팀은 크게 져 ALCS 1승3패로 몰려
팀은 크게 져 ALCS 1승3패로 몰려
김경문 엔씨(NC) 다이노스 감독은 플레이오프가 열리기 전 청백전에서 외야수 나성범을 3차례 투수로 기용했다. “15회 연장에 대비하고 경기 막바지 팬 서비스 차원”이라고 했다. 하지만 야수를 가을야구 마운드에 세우는 게 비단 김 감독만의 생각은 아니었던 듯하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야수가 실제로 마운드에 올랐기 때문이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존 기번스 감독은 21일(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15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4선승제) 4차전에서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2-12로 뒤지던 9회초 2사 1·2루에서 불펜투수 마크 로를 내리고 31살의 내야수 클리프 페닝턴을 마운드에 올렸다. 정규리그 때 풀타임으로 야수로 활약한 선수가 포스트시즌 때 투수로 등판한 것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페닝턴이 처음이다. 페닝턴 또한 메이저리그 데뷔 뒤 2루수, 유격수, 3루수, 좌익수로만 출전했을 뿐 투수로 공을 던진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토론토는 이날 선발 R.A. 디키가 캔자스시티의 화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2회 조기 강판해 디키까지 5명의 투수를 소모한 상태였다. 기번스 감독은 점수 차가 많이 벌어지자 불펜투수를 아끼고 홈팬들에게는 이색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페닝턴을 마운드에 올린 것. 페닝턴은 91마일(147㎞) 속구를 선보이기도 했으나 연속 안타를 맞으면서 2점을 헌납했다. 하지만 벤 조브리스트를 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4차전 팀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토론토의 ‘투수’가 됐다. 페닝턴은 이날 속구뿐만 아니라 체인지업, 커브까지 구사했다.
<엠엘비닷컴>에 의하면 릭 앵킬과 베이브 루스가 야수로 포스트시즌에서 공을 던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정규리그 때도 투수로 뛴 적이 있었다. 앵킬은 2000년 3차례 가을야구 마운드에 올랐으며 2007년 외야수로 전향한 이후에는 야수로만 뛰었다. 루스 또한 1918년 월드시리즈에서 두차례 선발투수로 등판했는데 이때는 루스가 투수 겸 타자로 활약하던 때였다.
토론토는 이날 캔자스시티에 2-14로 패하면서 챔피언십시리즈 전적 1승3패로 벼랑 끝에 몰리게 됐다. 장단 15안타를 터뜨린 캔자스시티는 단 1승만 추가하면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게 된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뉴욕 메츠가 선발 제이컵 디그롬의 호투와 대니얼 머피의 5경기 연속 홈런에 힘입어 시카고 컵스를 5-2로 꺾고 3연승을 내달렸다. 월드시리즈까지 단 1승만을 남겨놨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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