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외야수 김현수는 김태형(48) 감독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다. “주어진 틀을 제시해 주시고 많은 말을 하시지는 않지만 한마디 한마디가 믿고 따를 수 있는 분이다. 야구장에서 신나게 뛰어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신다.” 포수 양의지도 말한다. “감독님이 믿고 맡겨주시면서도 배려 또한 함께 해주시기 때문에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다.”
2011년 6월 김경문 감독이 성적에 책임을 지고 갑자기 자진사퇴 한 뒤 두산 사령탑은 그동안 ‘독이 든 성배’였다. 김진욱 감독이 2013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성적에도 전격 경질됐고 송일수 감독은 3년 임기의 절반도 못 채우고 1년 만에 유니폼을 벗었다. 2001년 우승 뒤 준우승만 4차례. 우승 갈증이 심했던 두산의 선택은 팀 프랜차이즈 출신의 김태형 감독이었다. 계약 기간은 고작 2년. 구단 측도 반신반의했던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초보 사령탑은 부임 첫 해 제대로 일을 냈다. 5년 연속 통합 우승을 노리던 정규리그 1위 삼성 라이온즈를 4승1패로 무릎 꿇리면서 14년 만의 우승을 두산에 안겼다.
팀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의 잦은 부상, 외국인 타자의 거듭된 부진에도 김 감독은 ‘팀 두산’으로 선수들을 뭉치게 하면서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같은 팀에서 선수, 감독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최초의 주인공이 됐다. 강공법을 펼치면서도 점수가 필요할 때는 희생번트 등의 작전야구로 악착같이 점수를 뽑아내고 투수 교체 때는 과감한 결단력으로 한 템포 빠른 행보를 보이면서 삼성을 압박한 게 돋보였다. 1990년 두산에서 프로 데뷔해 코치, 감독까지 맡으면서 두산 베어스만의 팀 컬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게 장점으로 작용했다. 김 감독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동안 에스케이 코치로 재임한 것을 제외하고 프로 내내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 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분이 좋다. 선수 때 우승했을 때보다 감독으로 우승한 게 더 기쁜 것 같다”고 소감을 남겼다. 포스트시즌 14경기를 치르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엔씨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대패(2-16)했을 때였다. 김 감독은 “그때 ‘정말 힘들다’라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승리해서 분위기를 바꿨다”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8-9로 역전패 당했을 때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타자들의 감이 좋아서 충분히 시리즈를 우세하게 끌고 갈 수 있겠다고 판단했는데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다”고 밝혔다. 2015 시즌을 통틀어 고마운 선수는 마무리 투수 이현승이다. 김 감독은 “윤명준과 노경은의 마무리 기용이 실패하고 이현승을 마무리로 돌려서 성공한 게 한국시리즈 우승 원동력이 된 것 같다. 이현승이 제 자리를 잡아주면서 우승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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