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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일본의, 일본을 위한, 일본에 의한 ‘프리미어12’?

등록 2015-11-09 13:19수정 2015-11-09 19:22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고쿠보 히로키 일본 대표팀 감독은 결연했다. “프리미어12 대회가 앞으로 성공하려면 일본이 우승해야만 한다. 한국도 좋은 성적을 거두기 바라지만 일본이 1등을 해서 대회가 더욱 성장했으면 좋겠다.” 프리미어12 개막 전부터 그의 우승 의지는 상당히 강해 보였다. 그런데 왜 일본이 우승을 해야만 프리미어12가 앞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일까.

프리미어12는 야구의 올림픽 정식종목 재진입을 위해 새롭게 창설된 대회다. 다음 대회(2019년)는 올림픽 예선 성격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세계야구클래식(WBC·2006년 시작)이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주도로 이뤄지는 것과 달리 프리미어12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주관한다. 당장 2020 도쿄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일본이 가장 의욕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일본은 그동안 수익 배분 문제 등으로 세계야구클래식에 강한 불만이 있던 터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이익은 다른 사람이 챙긴다’는 의식이 강했다.

‘올림픽 재진입’이라는 대의명분이 있어서인지 한국과 대만도 일본을 도와 대회 협조를 꽤 잘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후광으로 국내 리그 흥행이 시작됐기 때문에 더 적극적이다. 대회 참가에 앞서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야구가 올림픽 종목으로 재진입되기를 희망한다. 최고의 선수들을 파견해 프리미어12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 외국인 선수들의 대회 참가 또한 독려했다. 하지만 부상 위험 등으로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들의 대회 참가를 불허하면서 프리미어12는 반쪽 대회로 전락하고 말았다. 자국 리그 최고 선수들로 구성된 한국, 일본, 대만을 제외하고 나머지 국가들은 트리플 A, 혹은 더블 A급 선수들로 대표팀이 구성됐다.

대회 일정은 철저히 일본 위주다. 개막전은 준결승 및 결승전이 열리는 도쿄돔도 아닌 삿포로돔에서 열렸다. 나머지 조별 예선 경기와 8강전은 날씨가 따뜻한 대만에서 치러진다. 삿포로돔에서는 한일전 단 한 경기만 있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일본 내 야구 흥행을 고려해 삿포로돔에서 개최된 것”이라고 했으나 이 과정에서 애꿎게 한국 선수들만 피해를 봤다. 일본 선수들은 일본에서 대만으로 이동하면 그만이지만 한국은 일본을 거쳐 대만으로 가는 과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삿포로돔 사정상 적응 훈련도 하지 못하고 개막전을 치렀다. 일본은 푸에르토리코와의 두 차례 평가전을 후쿠오카 야후돔에서 치렀다. 일본 내 흥행이 계산된 일정이라고 하겠다.

B조 일정만 봐도 그렇다. 한국은 11일 저녁 7시 도미니카공화국과 조별예선 2차전을 치른 뒤 다음날(12일) 오후 1시에 베네수엘라와 경기를 해야 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10일 저녁 7시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하고 11일 오후 1시에 베네수엘라를 상대한다. 야간 경기를 한 뒤 곧바로 낮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이 힘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본의 조별예선은 전부 저녁 7시 경기로만 잡혀 있다. 8일 일본이 아닌 대만에서 개막전을 열었다면 오히려 조별예선 일정에 여유가 생겼을 수도 있었다. 아무리 도쿄올림픽을 위한 쇼케이스 성격이 짙다지만 일본의, 일본에 의한, 일본을 위한 ‘프리미어12’는 너무하지 않은가. 한국이 들러리가 된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삿포로/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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