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이닝 무득점. 점수는 꽉 막힌 하수구처럼 계속 터지지 않았다. 일본전(8일)에서는 오타니 쇼헤이에 막히더니 이날 경기에서는 루이스 페레스에게 꽁꽁 막혔다. 하지만 페레스가 마운드를 내려간 7회초, 한국 타선은 비로소 기지개를 켰다. 0-1로 뒤지던 1사2루에서 4번 타자 이대호의 시원스런 좌월 투런 홈런이 뿜어져 나왔다. 한국이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10-1, 대승을 거두는 데 디딤돌이 되는 홈런이었다.
11일 대만 타오위안 구장에서 열린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 2차전. 낮 경기로 열린 미국-베네수엘라 전이 우천 지연으로 늦게 끝나고 운동장 정비 등에 시간이 소요되며 예정됐던 시각보다 55분 늦게 경기가 시작됐다. 초반부터 경기는 어수선했다. 경기 전 이용규가 급체로 구토 증세를 보여 급하게 민병헌으로 타순을 변경했는데 민병헌은 1회초 1사 후 첫 타석에서 그만 페레스가 던진 초구에 왼발을 맞고 쓰러지고 말았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이용규를 대주자로 경기에 내보내야 했다. 민병헌은 다행히 단순 타박상으로 진단됐다.
한국은 6회까지 페레스에게 꽁꽁 묶였다. 몸에 맞는 공 한 개(민병헌)와 안타(손아섭)로 단 두 차례만 출루했을 뿐이다. 6이닝 1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 이 사이 한국은 5회말 수비에서 중견수 이용규가 공을 뒤로 빠뜨리면서 무사 2루 실점 위기를 맞은 뒤 페드로 팰리스에게 적시타를 허용해 선제점을 내줬다.
한국의 거센 반격은 페레스가 내려간 7회부터 이뤄졌다. 도미니카 감독은 페레스의 투구수가 66개에 불과했는데도 그를 마운드에서 내리고 더블 A 투수 프란시스코 론돈을 등판시켰다. 론돈은 첫 타자 이용규를 볼넷으로 출루시켰고 1사 2루에서 이대호가 바뀐 투수 페르민을 두들겨 투런포를 터뜨리며 경기를 역전시켰다. 한국은 8회초 1사 1·2루에서 정근우의 우익선상 2루타가 터지면서 1점을 더 달아났고, 1사 만루에서는 김현수의 싹쓸이 3루타가 터졌다. 8회에만 6안타를 집중시킨 한국은 5점을 달아나며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약속의 8회’였던 셈이다.
선발 장원준은 7이닝 4피안타 7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투구수는 82개. 테이블세터(정근우·이용규)가 각각 2안타씩 터뜨렸고 김현수와 이대호도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조별 예선 1패 뒤 1승을 거둔 한국은 12일 오후 1시 베네수엘라와 3차전을 치른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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