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8강 진출
대표팀 사령탑으로 4번째 도전. 쉽지만은 않다. 양현종, 윤석민(이상 KIA), 오승환(한신)이 부상으로 빠졌고 해외도박 여파로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이상 삼성)마저 대표팀에서 이탈했다. 선발, 불펜, 마무리 구상조차 어려웠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40인 로스터에 든 선수는 프리미어12 참가 불허’ 방침에 추신수(텍사스)마저 뛸 수 없게 됐다. 대회 일정마저 일본 위주로 짜여 엉망이었다. 하지만 김인식(68) 대표팀 감독은 꿋꿋하게 난관을 뚫었다.
개막(8일) 일본전에서 완패(0-5)했지만 대만으로 옮겨온 뒤 투타 밸런스가 맞아가면서 선수들의 실력이 나왔다. 대회 직전 인터뷰에서 “훈련 시간이 부족했다. 선수들 손발을 못 맞춰봐서 걱정이다”라고 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 멕시코를 연달아 격파하며 8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했다. 8강 진출은 김인식 감독의 대회 1차 목표이기도 했다.
8강을 결정짓는 데 고빗길이던 멕시코전(4-3 승리)에서 김 감독은 베테랑 사령탑다운 탁월한 투수 교체를 선보였다. 여러 사정으로 역대 최약체의 투수진을 이끌면서 선택지가 많지 않았지만 최상의 결과를 도출해냈다. 한국은 이날 선발 이태양이 3이닝(2실점)만 소화하고 마운드를 내려온 뒤 임창민-차우찬-정대현-이현승이 차례대로 등판했다. 차우찬이 3이닝 동안 8연속 탈삼진을 엮어냈고 대표팀 베테랑 정대현 또한 1⅓이닝 동안 1점 차 살얼음판 승부를 지켜냈다. 상대의 대타 작전 등을 간파한 투수진 운용의 묘가 통했다. 한국은 조별예선 4경기 동안 팀 평균자책이 2.73에 불과하다. 12개 참가팀 중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16일 대만에서 펼쳐지는 8강전 선발은 일찌감치 장원준으로 낙점됐다. 장원준은 도미니카공화국(11일)과의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해 7이닝을 1실점으로 막으며 한국 첫 승리의 디딤돌을 놨다. 한국은 8강전에서 승리하면 일본 도쿄돔으로 옮겨 4강전(19~20일) 및 결승전(21일)을 치른다. 선발 로테이션을 보면 4강전은 이대은, 결승전은 김광현이 예상된다.
‘단기전의 마술사’로 통하는 김인식 감독은 2002 부산아시안게임(금메달), 2006(4강)·2009(준우승) 세계야구클래식에 이어 이번에 4번째로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프리미어12가 올해 처음 열리는 만큼 잘 치러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던 김 감독의 ‘위대한 도전’은 8강을 넘어 4강, 결승전을 겨누고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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