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케이비오(KBO)리그 신인상을 탄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구자욱이 11월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통통스타
프로야구 삼성 구자욱
프로야구 삼성 구자욱
몸이 천근만근. 어렵사리 눈을 뜨고 시계를 보니… 정오가 훌쩍 넘었다. 무려 14시간을 침대와 한몸으로 지냈다. “시즌이 끝나니까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온다”는 구자욱(22·삼성)이다. 정규리그 때 긴장했던 게 지금에야 풀리나보다. 며칠째 잠만 자고 싶다. 그래도 즐겁기는 하다. 2015 케이비오(KBO)리그 신인상을 탔다. 프로야구선수협회가 뽑은 ‘올해의 신인’도, 야구 원로들의 모임인 일구회가 정한 신인상도 그의 몫이었다. 상복이 제대로 터졌다. 그래도 구자욱은 2015시즌이 “70점짜리”란다. 왜일까.
역대 신인상 최고타율 0.349에도
116경기 출전·13개 수비실책 아쉬워
“KS 준우승, 야구인생 최고로 허탈” 키 190㎝인데 몸무게는 고작 80㎏
하루 다섯끼 먹는데도 살이 안 쪄
“시즌 막판 체력 떨어져 힘들었죠” 작년 2군 타격왕 올라 주목 받고
올해 선수협·일구회 신인왕 석권
“입단 1년뒤 군대 간게 최고 선택” 2012년 삼성 입단 때는 프로 유니폼을 입는 것만으로도 ‘프로 선수’라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시절 타격폼을 따라했던 그의 우상, 이승엽과 같이 그라운드에서 운동하는 것”도 마냥 좋기만 했다. 쟁쟁한 선배들을 뚫고 1군에 설 자리는 없었지만 생각 없이 그저 “많이 놀았다”. 놀다 보니 “‘나는 야구를 해야 하는데 지금 뭐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퍼뜩 들기도” 했다. 그렇게 군대(상무)를 갔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군대 생활관에서 야구만 봤어요. ‘저기서 정말 뛰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히 하게 됐죠. 1군에서 뛰는 게 진짜 프로라는 생각을 그때야 했어요. 힘이 약하니까 웨이트트레이닝을 매일 하고 (정)진호 형과 ‘1군 가서 멋있게 하자’고 약속도 했죠.” 구자욱은 상무 2년차(2014년) 때 퓨처스(2군) 남부리그 타격왕(0.357)에 오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외모 또한 출중한 터라 자연스레 시선을 모았다. 경기 때도 눈부신 성적을 냈다. 1군 데뷔 첫해인 이번 시즌 타율 0.349, 11홈런 57타점 17도루를 기록했다. 타율은 리그 전체 3위이자 역대 타자 신인왕 중 양준혁(1991년·0.341)을 뛰어넘는 최고 기록이다. 23경기 연속 안타로 신인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박석민, 채태인, 박한이가 부상으로 빠질 때 내·외야 수비 공백 또한 훌륭히 메웠다. “1, 2군은 진짜 생각 하나 차이인 것 같아요. 자신감이 제일 중요한 것 같은데 상무 시절 정말 열심히 연습했기 때문에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누구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열심히 한 게 아니라 나 스스로 잘되고 싶어서 진짜 열심히 했거든요.” 구자욱은 프로 1년 만에 군에 입대한 게 “최고의 선택”이라고 했다. “야구 인생 최고로 허탈했던” 한국시리즈 준우승과 함께 출전 경기수(116경기), 그리고 수비 실책(13개)은 못내 아쉽다. 그가 “70점짜리 시즌”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수비는 1루수가 가장 힘들었어요. 1루수는 투·포수와 사인도 맞춰야 하고 긴장을 계속 해야 하는 자리인데 그동안 많이 안 해본 자리여서 실수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외야가 편한 게 있죠.” 시즌 막판에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것도 이번 시즌 마이너스 요인이다. 키 190㎝에 몸무게는 80㎏. 야식 포함해서 하루 다섯 끼를 먹는데도 살이 안 찐단다. 여기에 보양식이란 보양식은 가리지 않고 다 먹는데 목표로 정한 ‘10㎏ 이상 찌기’는 저 멀리 있다. 야구를 그만두고 싶은 적도 물론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투수 전향이 마음대로 안 되면서 반년 동안 야구를 쉬었다. 당시만 해도 “하고 싶은 대로 몸이 안 따라줘서 자신감이 너무 떨어진 상태라서 정말 하기 싫은 게” 야구였다. 그러다가 야구장이 너무 그리웠고 어느 날 발걸음은 야구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만약 그때 야구를 관뒀더라면? “키가 크니까 모델이 되지 않았겠냐”는 말에 그는 고개를 저으면서 “지금 아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그는 카메라 앞에서 “웃으면 덧니가 보인다”며 얼굴에 경련이 일어날 것 같은 미소만 지었다. 구자욱이 생각하는 야구의 매력은 “못할 때는 땅을 파고 들어가 숨고 싶지만 잘될 때는 날아갈 듯 좋은 것”이라고 한다. 몸이 뻣뻣해서 야구 외 다른 스포츠(심지어 큰 키에도 점프력이 모자라서 여태껏 덩크슛도 못 해봤다)는 잘 못한다는 구자욱. “야구는 드라마”라고 말하는 그의 야구도 이제 막 장편 드라마의 1부를 마쳤다. 2016년 시작될 2부는 과연 어떨까.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116경기 출전·13개 수비실책 아쉬워
“KS 준우승, 야구인생 최고로 허탈” 키 190㎝인데 몸무게는 고작 80㎏
하루 다섯끼 먹는데도 살이 안 쪄
“시즌 막판 체력 떨어져 힘들었죠” 작년 2군 타격왕 올라 주목 받고
올해 선수협·일구회 신인왕 석권
“입단 1년뒤 군대 간게 최고 선택” 2012년 삼성 입단 때는 프로 유니폼을 입는 것만으로도 ‘프로 선수’라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시절 타격폼을 따라했던 그의 우상, 이승엽과 같이 그라운드에서 운동하는 것”도 마냥 좋기만 했다. 쟁쟁한 선배들을 뚫고 1군에 설 자리는 없었지만 생각 없이 그저 “많이 놀았다”. 놀다 보니 “‘나는 야구를 해야 하는데 지금 뭐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퍼뜩 들기도” 했다. 그렇게 군대(상무)를 갔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군대 생활관에서 야구만 봤어요. ‘저기서 정말 뛰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히 하게 됐죠. 1군에서 뛰는 게 진짜 프로라는 생각을 그때야 했어요. 힘이 약하니까 웨이트트레이닝을 매일 하고 (정)진호 형과 ‘1군 가서 멋있게 하자’고 약속도 했죠.” 구자욱은 상무 2년차(2014년) 때 퓨처스(2군) 남부리그 타격왕(0.357)에 오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외모 또한 출중한 터라 자연스레 시선을 모았다. 경기 때도 눈부신 성적을 냈다. 1군 데뷔 첫해인 이번 시즌 타율 0.349, 11홈런 57타점 17도루를 기록했다. 타율은 리그 전체 3위이자 역대 타자 신인왕 중 양준혁(1991년·0.341)을 뛰어넘는 최고 기록이다. 23경기 연속 안타로 신인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박석민, 채태인, 박한이가 부상으로 빠질 때 내·외야 수비 공백 또한 훌륭히 메웠다. “1, 2군은 진짜 생각 하나 차이인 것 같아요. 자신감이 제일 중요한 것 같은데 상무 시절 정말 열심히 연습했기 때문에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누구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열심히 한 게 아니라 나 스스로 잘되고 싶어서 진짜 열심히 했거든요.” 구자욱은 프로 1년 만에 군에 입대한 게 “최고의 선택”이라고 했다. “야구 인생 최고로 허탈했던” 한국시리즈 준우승과 함께 출전 경기수(116경기), 그리고 수비 실책(13개)은 못내 아쉽다. 그가 “70점짜리 시즌”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수비는 1루수가 가장 힘들었어요. 1루수는 투·포수와 사인도 맞춰야 하고 긴장을 계속 해야 하는 자리인데 그동안 많이 안 해본 자리여서 실수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외야가 편한 게 있죠.” 시즌 막판에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것도 이번 시즌 마이너스 요인이다. 키 190㎝에 몸무게는 80㎏. 야식 포함해서 하루 다섯 끼를 먹는데도 살이 안 찐단다. 여기에 보양식이란 보양식은 가리지 않고 다 먹는데 목표로 정한 ‘10㎏ 이상 찌기’는 저 멀리 있다. 야구를 그만두고 싶은 적도 물론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투수 전향이 마음대로 안 되면서 반년 동안 야구를 쉬었다. 당시만 해도 “하고 싶은 대로 몸이 안 따라줘서 자신감이 너무 떨어진 상태라서 정말 하기 싫은 게” 야구였다. 그러다가 야구장이 너무 그리웠고 어느 날 발걸음은 야구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만약 그때 야구를 관뒀더라면? “키가 크니까 모델이 되지 않았겠냐”는 말에 그는 고개를 저으면서 “지금 아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그는 카메라 앞에서 “웃으면 덧니가 보인다”며 얼굴에 경련이 일어날 것 같은 미소만 지었다. 구자욱이 생각하는 야구의 매력은 “못할 때는 땅을 파고 들어가 숨고 싶지만 잘될 때는 날아갈 듯 좋은 것”이라고 한다. 몸이 뻣뻣해서 야구 외 다른 스포츠(심지어 큰 키에도 점프력이 모자라서 여태껏 덩크슛도 못 해봤다)는 잘 못한다는 구자욱. “야구는 드라마”라고 말하는 그의 야구도 이제 막 장편 드라마의 1부를 마쳤다. 2016년 시작될 2부는 과연 어떨까.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