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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선수 명단이 7일(한국시각) 공개된다. 명예의 전당은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 소속 기자단 투표로 75%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만 입성이 가능하다. 올해는 켄 그리피 주니어가 사상 최초로 만장일치로 헌액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역대 명예의 전당 최고 투표율은 1992년 톰 시버가 기록한 98.84%(430표 중 425표)이다.
명예의 전당 헌액은 기자단 투표로 이뤄지다 보니 선수의 인성, 사생활 등도 투표에 적잖이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반드시 존경받을 만한 ‘명예로운 선수’만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것은 아니다. 로버트 더블유 코언은 2009년 출간한 <야구 명예의 전당-혹은 치욕의 전당?>이라는 책을 통해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선수들의 괘씸하고 수치스러운 행동들을 일일이 열거했다.
전설의 4할 타자 타이 콥(1936년 98.2% 득표)만 해도 그렇다. 콥은 4할 타율을 3차례 기록하는 등 통산 타율이 0.367에 이르는 ‘타격 천재’였다. 발도 빨라서 한 시즌 96도루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루를 할 때 옆차기 식으로 발을 높게 들어 그의 날카로운 징이 박힌 스파이크에 발이나 정강이를 다치는 내야수가 많았다. 역도루가 금지되지 않았을 때는 1루수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2루에서 1루로 도루하면서 1루수의 다리를 일부러 다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게다가 콥은 극심한 인종차별주의자였다고 알려져 있다. 흑인들과 그라운드 밖에서 자주 싸웠고 몇몇 보고서에는 그가 백인우월단체인 ‘케이케이케이’(큐클럭스클랜·Ku Klux Klan)단의 회원이었다고도 적혀 있다. 스스로 인정하지는 않았으나 명예의 전당에 함께 입회된 트리스 스피커와 함께 승부조작을 했다는 혐의도 있다. 코언은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야구는 항상 선수들을 영웅화하면서 위선적인 면을 보여왔다”며 “일반적인 투표에는 인성도 반영되지만 타이 콥을 (맨 먼저) 명예의 전당에 입회시킨 마당에 다른 (문제 있는) 선수들을 어떻게 제외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비단 콥만이 아니다. 에이드리언 앤슨, 찰스 코미스키(이상 1939년 헌액) 등은 흑인 선수들과의 경기 자체를 거부했고, 베이브 루스(1936년 헌액)는 술고래이자 난봉꾼이었으며 게일로드 페리(1991년 헌액)는 바셀린을 바르고 공을 던졌다. 이들 외에 오를란도 세페다(1999년 헌액)는 마리화나 밀수로 10개월간 징역형을 살았다. 폴 몰리터(2004년 헌액)는 마약 사용, 로저스 혼즈비(1942년 헌액)는 경마 도박, 웨이드 보그스(2005년 헌액)는 간통죄 등을 저질렀는데도 ‘당당히’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배리 본즈, 로저 클레먼스가 스테로이드제 사용으로 명예의 전당 입회가 계속 좌절되는 게 이상해 보일 따름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타이 콥. 사진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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