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프로야구 최초의 돔야구장인 고척 스카이돔(고척돔)이 지난주 프로 첫 손님을 맞았다. 여전히 앞뒤 좌석 간격이 좁고 중앙 전광판도 작지만 넥센 히어로즈가 작년까지 홈구장으로 썼던 목동야구장과는 시설 면에서 비교조차 안 된다. 히어로즈 선수들 또한 라커룸, 웨이트트레이닝실 등이 “국내 최고”라며 좋아한다. 처음부터 도쿄돔이나 삿포로돔처럼 만들었으면 좋았겠지만 어찌 됐든 서울에는 돔구장, 또 하나의 야구장이 생겼다.
지난해 12월 말 박원순 서울시장은 트위터를 통한 한 시민의 야구 투자에 대한 질문에 “잠실야구장, 제대로 된 돔구장으로 만들 생각입니다”라고 답했다. 기저귀 좌석, 교통대란 등 고척돔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던 차에 제2의 돔구장 건설 계획을 밝힌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장기적으로 잠실야구장 부근에 새로운 돔구장을 짓는 것을 고려중에 있다. 제반 시설 건설까지 7000억원 이상이 투입될 전망이다. 참고로 올해 개장한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건설비는 1666억원이었다.
문제는 돔구장을 사용할 야구계가 과연 돔구장을 원하느냐에 있다. 한때 변덕스런 날씨, 국제대회 유치 등을 이유로 돔구장을 갈망하기는 했으나 고척돔이 생기면서 시선은 달라졌다. 지금은 ‘제대로 된’ 돔구장이 아닌 ‘제대로 된’ 야구장을 원한다. 서울에는 인천(행복드림구장),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 있는 ‘볼파크’나 ‘스타디움’이 없기 때문이다. 잠실야구장이 있다고? 잠실야구장은 지어진 지 34년이나 된 낡은 구장이다. 해마다 리모델링을 하면서 변화를 주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구조 변경이 어려워서 마케팅에 제약이 따른다.
구단들은 운영비가 많이 드는 돔구장에 난색을 표한다. 장기 불황으로 야구계에는 현재 “조만간 구단 한 개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흉흉한 말까지 돌고 있다. 한 구단은 외부 컨설팅 결과 ‘경쟁력 없음’이라는 결과를 받기까지 했다. 해마다 500억원 안팎의 예산을 집행하던 삼성까지 제일기획으로 이관되면서 씀씀이를 줄여 모그룹으로부터의 경제적 독립은 모든 구단의 지상 과제가 됐다. 이런 와중에 운영비가 보통의 야구장보다 두 배 이상 들어가는 돔구장(히어로즈는 고척돔 운영비를 목동구장의 3배로 추산)이 달가울 리 만무하다. 수도권 구단의 한 사장은 “야구단을 운영하는 경영자 입장에서 시애틀 세이프코필드와 같은 개폐형이 아닌 일반 돔구장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운영비 증가는 고스란히 팬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쓸 사람이 편하게 쓸 수 있는 야구장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씁쓸해했다. 비슷한 위치의 내야지정석 주말 가격을 비교해 보면 잠실야구장은 1만7000원인 반면 고척돔은 2만5000원에 이른다.
서울시는 불통 행정으로 고척돔을 지어 뒷수습에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물론 고척돔은 오세훈 전임 시장 때의 작품이다. 하지만 이를 만회하기 위해 박 시장이 똑같은 잘못을 범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 야구는 실외 운동이지, 실내 운동이 아니다. 서울시는 제2의 돔구장을 운운하기 전에 뉴욕 양키스나 보스턴 레드삭스가 왜 돔구장을 안 짓는지 먼저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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