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연합뉴스
미국프로야구(MLB) 개막전 25인 로스터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지만, 서로 다른 팀 내 입지 탓에 표정은 대조를 이뤘다.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최고의 거포로서 시범경기에서 팀에 기대감을 한껏 안긴 박병호(30·미네소타)가 여유 있게 2016년 정규리그 첫 경기를 준비했다면 마이너리그 강등 위기 끝에 로스터의 한 자리를 차지한 김현수(28·볼티모어)는 이를 앙다물었다.
박병호는 4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의 ‘오리올 파크 앳 캠든 야즈’에서 열리는 볼티모어와의 개막전을 앞두고 한국 취재진과의 짧은 인터뷰에서 “개막전이라고 해서 전혀 떨리지 않는다”며 즐기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0.259(58타수 15안타)에 그쳤지만, 홈런 3방을 쳐 이 부문 팀 내 공동 2위를 차지한 박병호는 예상대로 이날 6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예열 단계이던 시범경기에서 탁월한 힘과 날렵한 주루 솜씨를 선보인 만큼 정규리그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표정에서 배어났다.
이에 반해 김현수는 편안하게 미소를 짓지 못했다.
등번호(25번)처럼 로스터의 끝자락에 ‘턱걸이 한 탓인지 김현수는 실내 타격 연습장을 돌아다니며 부지런히 방망이를 휘둘렀다.
개막전에 임하는 소감을 묻는 현지 취재진의 질문에 수줍은 표정으로 “떨린다”던 그는 각오를 묻자 비장한 표정으로 다짐을 곱씹었다.
그는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보면서 배우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면서 “주어진 기회에서 실력을 입증하겠다”고 대타 출전을 별렀다.
시범경기에 내보내지 않겠다며 김현수에게 마이너리그행을 압박하던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은 전날 개막전 25인 로스터를 확정한 뒤 “김현수가 팀에 기여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일말의 기대감을 표시했다.
주전의 부상과 부진이라는 여러 변수가 상존하는 이상 김현수가 ’타격 기계‘의 명예를 회복할 기회는 분명히 온다.
이 찬스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결연함이 김현수의 얼굴에 가득했다.
연합뉴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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