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가 5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에 앞서 공을 던지며 몸을 풀고 있다. 텍사스/연합뉴스
첫 맞대결…1루서 만나 웃어
이 “어릴적 청백전 하던 느낌”
타석에선 2타수 무안타 ‘침묵’
추, 3차례 출루…시즌 첫 도루
이 “어릴적 청백전 하던 느낌”
타석에선 2타수 무안타 ‘침묵’
추, 3차례 출루…시즌 첫 도루
6일 미국프로야구(MLB) 텍사스 레인저스와 시애틀 매리너스의 개막 2차전이 열린 텍사스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브파크. 첫 타석에서 시애틀 선발 이와쿠마 히사시의 2구에 허벅지를 맞아 1루로 향하는 추신수(34·텍사스 레인저스)의 얼굴엔 공에 맞은 아픔보다 미소가 번졌다. 1루에는 메이저리그 첫 선발 출전에 나선 동갑내기 절친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주보고 웃은 두 사람, 이대호가 반갑다는 듯 추신수의 엉덩이를 손으로 툭 쳤다. 어린 시절 함께 야구를 했지만 성인이 되면서 다른 길을 걷던 두 친구가 꿈의 무대에서 프로 데뷔 후 처음 ‘적으로’ 한 그라운드에 선 장면이었다. 한국인 야수가 메이저리그 정규리그에서 동시에 선발 출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현지 언론도 1루에 나란히 선 둘을 연신 한 화면에 담아냈다.
추신수와 이대호의 인연은 부산 수영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추신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이미 성인의 체구를 가졌던 이대호에게 직접 다가가 야구를 권했다. 이대호의 힘과 유연함에 주목했던 것. 야구를 통해 각별한 인연을 맺은 추신수와 이대호는 나란히 성장해 각각 부산 지역 맞수 부산고와 경남고의 간판으로 성장했다. 고교시절 둘은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함께 출전해 한국의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둘 모두 당시에는 투수였다.
이후 추신수는 미국으로 날아가 마이너리그 생활을 한 뒤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리그 대표타자로 입지를 굳혔고, 이대호 역시 국내 프로구단인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해 타격 트리플 크라운(타율·홈런·타점)을 달성하는 등 발군의 방망이 솜씨를 보이다가 일본리그를 평정하고 올해 스프링캠프 초청 선수로 미국에 진출했다. 둘은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2009년 세계야구클래식(WBC) 준우승,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일궈내기도 했다.
이날 8번 타자 1루수로 경기에 나선 이대호는 2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이대호는 1-0으로 앞선 2회초 1사 1·2루 득점 찬스에서 첫 타석에 들어서 2루수 앞 병살타로, 4회초 2사 1루에선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이대호는 7회초 텍사스가 우완 불펜 토니 바넷을 투입하자 대타 루이스 살디나스로 교체됐다. 전날 대타로 나와 안타를 때려내지 못해 이대호는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3타수 무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2번 타자 우익수로 출전한 추신수는 안타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볼넷 2개와 몸에 맞는 공을 얻어 3차례 출루했고 시즌 첫 도루도 성공했다. 이날 경기는 4방의 홈런포를 앞세운 시애틀이 10-2로 승리했다.
이대호는 경기 뒤 “(추)신수와 1루에서 만나니 좀 어색하기는 했다. (추)신수에게 몸에맞는공이 괜찮냐고 물어봤다. 어렸을 때 청백전 하던 느낌도 난다고 하니 (추)신수가 웃더라”며 어린 시절 동무와 그라운드에서 만난 소감을 전한 뒤 이날 경기에 대해선 “중심에 맞은 타구가 나왔지만 안타가 되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추신수도 “(이)대호와 그라운드에서 한국말로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좋았다. 1루에서 대호가 잘 쳤는데 수비 위치가 좋아서 잡혔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권승록 기자rock@hani.co.kr
6일 미국 텍사스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MLB) 텍사스 레인저스와 시애틀 매리너스 간 2차전에 선발로 나란히 출격한 동갑내기 절친 추신수와 이대호가 1루에서 만나 웃고 있다.
엠엘비티브이(MLB.tv) 화면 갈무리
한국인 메이저리거 성적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