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대장’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돌직구는 미국프로야구에서도 통한다. 속구 구속이 시속 150㎞ 안팎에 불과한데도 회전수로 만회하기 때문이다. 오승환의 속구 회전수는 분당 2320회로 리그 평균(2241회)을 웃돈다.
공 회전수는 볼끝과 관계가 있다. 회전수가 많으면 타자 앞에서 공이 솟구쳐 오르는 느낌을 받는다. 일본 와세다대학이 수년간 연구한 바에 따르면 시속 140㎞ 속구를 대상으로 분당 회전수 2400회와 1800회를 비교했을 때 가장 많은 회전수를 기록한 공은 가장 적은 회전수를 기록한 공보다 홈 플레이트 위에서 70㎜ 높게 날아왔다. “공 끝이 살아 움직인다”거나 “공이 묵직하다”는 표현은 공 회전수와 무관치 않다. 시속 155㎞ 공을 던지더라도 회전수가 부족하면 타자들이 치기 좋은 먹잇감이 될 뿐이다. 반대로 시속 140㎞대 공이어도 회전수가 많으면 타자들이 체감하는 속도는 더 빠르다.
그렇다면 국내 프로야구에서 속구 회전수가 가장 많은 토종 투수는 누구일까. 에스케이(SK) 우완투수 문승원이다. 통계 전문회사 <스포츠투아이>가 10이닝 이상 던진 투수들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문승원의 속구 초당 회전수는 49.94회(5월18일 현재)다. 문승원은 2012년 에스케이 1라운드에 지명됐으나 별다른 빛을 못 보다가 상무(2014~2015년)를 다녀온 뒤 올해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다. 지난 4일 한화전 선발 등판에서 데뷔 4년 만에 처음 승리투수의 기쁨을 맛봤다.
2016 KBO리그 속구 공 초당 회전수 상위 5걸
문승원 다음으로 공 회전수가 많은 선수는 박근홍(49.93회·삼성), 정우람(49.87회·한화) 등이다. 양현종(KIA)은 42.15회, 김광현(SK)은 40.26회. 외국인 투수들 중에서는 넥센 라이언 피어밴드가 45.89회로 공 회전수가 가장 많고, 다승 1위(7승) 더스틴 니퍼트(두산)의 공 회전수는 40.08회다. 에스밀 로저스(한화)의 공 회전수는 현재 33.11회에 불과하다. 리그 평균 공 회전수는 38.49회.
휴스턴 애스트로스 등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투수를 스카우트할 때 공 회전수를 많이 보기도 한다. 하지만 공 회전수에 앞서 중요한 것은 제구다. 제구가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공 회전수가 아무리 많아도 공이 한복판으로 몰려 타자들의 희생양이 될 뿐이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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